쌍용차 굴뚝농성 1주…'침낭 하나에 목숨 건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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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명이 70m 높이의 굴뚝에 오른 지 1주째를 맞는다.

평지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그저 사측에 "'얘기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 사무국장은 18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측에 당장 뭘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얘기 좀 하자는 것이다"며 "이미 6년이 다 돼가는데도 사측은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 사이 우리 동지 26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에 저희 해고자들이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쌍용차 노사는 계속해 평행선을 달릴 수만은 없다"며 "꼭짓점을 찾기 위한 노력에 동조해 주고, 우리가 6년째 내밀고 있는 손을 이젠 잡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두 해고자는 13일 오전 4시께 70m 높이의 굴뚝에 올랐다.

회사는 이들을 등졌지만 이들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에, 혹여 높은 곳에서 화재라도 날까 봐 가스버너와 같은 화기는 아예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김 사무국장은 "놀러 온 것도 아니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화기를 사용하면서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입고 있던 옷과 침낭만 들고 굴뚝을 올랐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온기는 단지 매일 저녁 딱 한 번 올라오는 식사와 동지들이 보내주는 핫팩이 전부다.

식사는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치유를 위한 쉼터인 '와락'에서 제공하고 있다.

단 한 끼 따뜻한 밥을 먹지만, 다음날 먹기 위해 남겨두면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금세 얼음 덩어리가 된다.

그래도 이 한 끼가 있어 버틸 수 있다는 게 두 고공농성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감기나 동상을 이겨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처음 고공농성을 시작할 때 가족들에게 상의하거나,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부득이하게 굴뚝에 오른 뒤 아내에게 전화로 알렸더니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느냐'며 많이 걱정하고, 또 서운해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해고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가장의 짐을 지우고, 미안함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고공농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싸울 수밖에 없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측에서 굴뚝 위로 휴대전화 배터리를 제공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들었는데, 휴대전화는 이 위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니 빼앗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둘은 '괜찮으냐'고 물어보면 항상 '괜찮다'고만 말한다"며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쌍용차 '옥쇄파업' 이후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평택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3도였다.

70m 높이의 굴뚝에서 칼바람을 맞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들이 느끼는 체감기온은 영하 20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70m 높이의 굴뚝 꼭대기에 도넛처럼 원형으로 둘러쳐진 폭 1m 남짓한 공간에 서 있다.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쌍용차의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해고 노동자들의 회사 복귀는 또다시 좌절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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