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리타’ 공효진을 지우지 않은 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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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타’(Educating Rita)의 원제목은 리타 길들이기다.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여주인공 리타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 ‘교육’을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비록 리타의 목적이 ‘랄프 로렌’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모습이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고 그 의미를 눙쳐도 리타의 도전은 그 자체로 신선한 건 분명하다.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의 동명의 연극은 20여 년 전 국내 초연됐고 올해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걸출한 성공을 이끈 두 여배우 공효진과 강혜정이 리타 역을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공효진의 첫 연극이다. “이제와 낚였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이라고 해도 공효진이 이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리타가 ‘대학 입시’를 결정한 것만큼이나 신선하다.

공효진이 연기한 리타는 평생교육원의 문학교수 프랭크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360도 회전무대와 패션쇼를 연상케 하듯 문밖을 오가며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리타의 연기, 프랭크와 리타의 격렬한 설전과 이로 인한 갈등과 성장이 ‘리타’의 주요한 볼거리라고 여길 수 있다.

프랭크 교수의 “왜 공부하려는데?”란 질문에 “머리가 텅텅 비었거든요.”라고 답하든지 “피임약을 먹기 때문이에요.”란 리타의 앞뒤 자른 어법은 초반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학생들을 창문을 통해 던지고 싶었다.”던 프랭크 교수가 시니컬한 시선을 거두고 리타를 지적인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모습과 그런 리타를 통해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채 어린아이처럼 우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을 때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공감한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 연극에는 공효진의 명확하지 못한 대사 톤과 연극적 발성의 문제보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이 연극은 리타와 프랭크가 핑퐁처럼 주고받은 숱한 대사들로 구성돼있는데 연극의 중후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그 대사들이 관객들의 뇌리에 꽂히거나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채 공기 중에 흩어진다.

‘리타’는 말미까지도 리타와 프랭크 교수의 교감과 우정 그래서 결국 그게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명확히 관객의 이해를 돕지 못했다. 열정이 가득한 리타가 지적 권태로움에 사로잡힌 프랭크 교수와 논쟁을 벌이며 격렬하게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받아들이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둘의 관계에 집중했던 관객들은 두 사람의 갈등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프랭크 교수 역 연기와 연극의 연출을 동시에 맡은 황재헌의 연출작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폭 넓은 주제와 형식을 탈피한 수많은 대사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연극이 주고자한 메시지와 관계의 상징성, 인물들의 심리관계와 과거 등은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리타’가 더 아쉽다.

결국 ‘리타’가 이야기하려는 바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까닭일까. 공효진이 연기한 리타는 그냥 배우 공효진 그 자체다. 리타의 연기는, 공효진이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이 깊게 배어나왔다. ‘리타’ 관객들이 객석 문을 나서면서 주로 리타의 줄거리나 인물로서의 리타의 매력을 얘기하기 보다는, 공효진의 외적인 모습과 연기에 대해서 평가하는 이유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식물이 자랄 때 적당량의 일조량과 필요하듯 공효진 역시 ‘리타’를 통해 칭찬과 비판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스코어도 좋다. 연말 공연 특수 기간 ‘리타’는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효진, 강혜정 등 스타들을 충무로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타’는 해를 넘겨 내년 2월 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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