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제 위기로 정치 시험대 올라"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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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가치 급락 등 최근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올해 서방국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러시아 국민의 어려움은 크지 않았지만, 루블화의 가치 하락은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키우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 유가 하락에도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한 이후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국가 재정의 절반가량을 원유나 가스의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재정 적자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져 루블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환율 방어를 위해 16일 기준금리를 17.0%로 6.5%포인트나 상향했으나 금리 인상 발표 당일에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20% 이상 떨어지는 등 추락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국민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전기제품이나 차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으며, 루블화를 달러 등으로 바꾸려는 바람이 불면서 환전소에는 외국돈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

러시아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기업들은 루블화로 표시한 물품의 가격을 재빠르게 올리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6의 온라인 판매 가격을 지난달에 25% 올렸으며, 이케아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은행들도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 타격을 입고 있으며, 글로벌 은행들은 루블화로 매겨진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에 앞서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조차 국제 유가가 60달러를 유지하면 내년 러시아 경제는 4.7%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업의 투자 위축, 소비 침체 등을 가져와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이 신문은 예상했다.

국민에게서 80% 수준의 높은 지지를 받는데다 러시아 국민이 아직 경제 위기의 책임을 서방 국가들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 세묘노바(30)는 "주택 대출 이자 상환과 육아 비용으로 힘든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도 "지금의 위기는 서방 국가들 때문이라는 푸틴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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