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식재료로 요리하는 '사회적 카페' 화제

20대 영국 요리사, 10개월간 10만명에 식사 대접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이 허다한 세상인데 멀쩡한 채로 버려지는 음식이 곳곳에 넘쳐난다.

영국의 20대 요리사가 이 모순을 풀기 위한 사회적 카페를 설립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29세의 요리사 애덤 스미스는 버려지는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하는 사회적 카페 '리얼 정크푸드 프로젝트'(the real junk food project)를 세워 10개월간 10만여명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메뉴는 스튜, 수프 등 국물 요리에서 캐서롤(냄비찜)·케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캐비아(철갑상어 알), 연어, 가리비, 스테이크 등도 맛볼 수 있다.

대형 슈퍼마켓과 식료품 상점, 푸드뱅크 등에서 조달한 식재료 20t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만 파운드(약 5천만원)에 달한다.

밥값은 원하는 만큼 내면 된다.

한 푼도 없다면 설거지로 대신할 수도 있다.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 카운티 리즈시(市)에서 첫발을 뗀 '음식공유' 카페는 맨체스터, 브리스톨, 샐타이어 등지로 퍼져 수개월 만에 49개로 늘었다.

이는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폴란드 바르샤바, 스위스 취리히, 브라질로까지 확산했다.

스미스는 "음식공유 카페는 굶주린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음식 낭비를 조장하는 제도와 슈퍼마켓 등의 비협조, 카페 운영을 위한 부동산 임대료 등 음식공유 카페가 직면한 난관도 만만치 않다.

영국 현행법상 유통기한(use-by)이 지난 음식을 판매하면 처벌을 받지만 품질유지기한(best-before) 내에서는 판매·유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슈퍼들은 품질유지기한이 남은 음식도 정기적으로 내버린다고 스미스는 전했다.

이들은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까 봐 음식공유 카페에 식재료를 제공하는 것을 꺼린다.

이에 스미스는 슈퍼가 쓰레기통에 음식을 버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10분내 가져오기도 했다.

버려진 식재료의 90% 이상은 멀쩡하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스미스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카페가 세든 건물을 사기 위한 자금 13만 파운드(약 2억2천만원)를 모금 중인데 현재까지 9천786 파운드가 걷혔다고 말했다.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400만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했고, 성인 350만명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다.

영국의 음식값은 2003년 이후 47% 급증해 같은 기간 미국(30.4%), 독일(22.1%), 프랑스(16.7%)의 인상률을 웃돌았다.

한편 독일에서도 전국 곳곳에 100여개의 냉장고나 선반을 두고 남는 음식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음식공유' 운동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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