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예산 마찰' 격화…도의회, 예산안 부결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제주도의회는 15일 제324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가 수정 가결한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7명 가운데 반대 36명, 기권 1명으로 부결했다.

제주도 기금운영계획안 역시 부결됐다.

도의회 예결위는 주말까지 이어진 심사를 거쳐 도가 제출한 3조8천194억 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총 408억 원을 삭감·조정했다.

표결에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동의 여부를 묻는 구성지 의장의 말에 "신규 비목과 증액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업명과 예산액밖에 받아보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소요예산 산출 내역 등 기본적인 자료가 없어 동의 여부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방의회는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을 언급하며 "타당한 이유를 최소한이라도 제시해준다면 검토 후 최대한 빨리 항목별 동의 여부를 판단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 의결 과정에서 집행부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혔다.

원 지사는 구 의장이 "동의 여부에 대해서만 말해달라. 퇴장을 명할 수도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원 지사는 이를 무시하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구 의장은 원 지사의 마이크를 끄고 의사봉을 두드려 정회를 선포했으나 원 지사는 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나서도 준비해온 말을 끝까지 했다.

회의를 속개한 구 의장은 "지사가 동의 여부를 말하지 않아 부동의로 간주해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표결에 부쳤다.

구 의장은 "국회나 다른 지역에서도 증액 또는 신규 편성한 항목에 대해 의회가 집행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없다"며 "전례에 없는 일이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요청한 것은 부동의의 새로운 이유로 삼고자 하는 의도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원 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구 의장은 "의원들이 증액한 예산 가운데 소위 선심성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지사도 도민의 건의에 따라 여기저기 선심성 예산을 많이 편성했다"며 "의원들이 손톱 밑 가시 같은 민원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증액한 부분을 선심성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구 의장은 "매년 반복되는 예산편성·심의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자"며 도와 의회가 함께 협의하고 연구해 '예산 협치'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예산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심의 과정에서부터 마찰이 불거졌으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예산안에 신규로 항목을 설치하고 일부 예산을 증액한 사유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도의회에 보내고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예결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집행부의 동의 없이 예산안을 수정 가결했다.

그러자 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예결위가 예산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도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하며 "집행부 의견을 묻거나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던 이유를 밝혀달라"고 공개 질의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의 예산안은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공약사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슴 깊이 받아들여 정책 및 예산집행 과정에 반영하겠다"며 도의회가 손질한 예산안에 대해 동의했다.

도의회는 교육감 관사를 청소년 문화카페로 바꾸기 위한 예산을 비롯해 통합코칭팀과 들엄시민 운영 등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사업 추진 예산과 시설환경개선비 등 일부 예산을 삭감,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2개월분(72억3천만 원) 등으로 증액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이 기존에 편성한 3개월분(108억 원)을 포함해 총 5개월분이 확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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