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자살목격 후 전신마비…국가유공자 거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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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병사의 자살을 직접 목격하는 등 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전신바미 장애를 얻은 20대 남성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2011년 6월 육군에 입대한 A(25)씨는 강원도 홍천의 한 포병 부대에 배치됐다.

당시 이 부대는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잦았다.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얼차려와 가혹행위도 만연했다.

A씨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동기인 B 이병과 서로 괴로움을 토로하며 힘든 군 생활을 견뎠다.

그러나 2011년 10월 B 이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을 맨 B 이병을 처음 발견한 이는 자살 직전 함께 야간 근무를 한 A씨였다.

군 헌병대는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며 3∼4일 동안 A씨를 불러 조사했고, A씨는 부대가 해체된 뒤 재배치받은 다른 포병 부대에서도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감시 사병이 따라붙었다.

종교활동이 있는 휴일마다 징계를 받은 전 부대 선임병들을 보는 것도 A씨에게는 두려움이었다.

재배치된 부대의 기존 병사들의 텃세도 무서웠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을 자주 느꼈다.

2011년 12월께는 숨이 차 구보를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했고 다리마비에 이어 전신 마비 증상까지 보였다.

결국 그는 군 병원에서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인 '갑상선방증 또는 급성 발작을 동반한 그레이브스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민간 병원에서도 '주기성 마비, 갑상샘기능항진증'을 판명받고 2012년 2월 말 의병전역했다.

이후 A씨는 "징병신체검사에서 1등급 판정을 받는 등 입대 전에는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군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장애를 얻었다"며 인천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김씨의 병이 군 복부와는 상관없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의영 판사는 A씨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는 입대 전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었고 입대 후 불과 5∼6개월 만에 병영부조리, 동기 병사의 자살, 헌병대 조사 등을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레이브스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요인 중 하나"라며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려운 점에 비춰 군 복무 중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해 원고의 병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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