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급락하는 유가, 2015 경제지평을 바꾼다

추락하는 유가승자와 패자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백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가 60달러 아래로 하락하면서 암울하던 세계경제에 희망의 실버 라이닝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조사기관들과 언론은 국제유가 하락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호들갑스러울 정도의 기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 국제유가 하락 (클릭)

미국의 시장 조사기관 IHS는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에서 내년에는 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매체 CNBC는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경제에 가져올 효과를 중심으로 IHS가 전망한 내년 10대 핵심 경제전망을 소개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경제가 선두에서 치고 나갈 것이다 : 소비가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는 저유가에 일자리 증가, 가계 재정상태 개선  등으로 2.5-3% 성장할 것이다.

2. EU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 일자리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EU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저유가, 유로화의 약세, 재정압박 약화, 국자부채 부담 완화, 통화정책 완화 등으로 성장률이 올해 0.8%에서 내년에는 1.4%로 올라갈 것이다.

3. 일본은 불황터널에서 빠져 나온다 : 저유가와 함께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 조치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 내년에는 1% 정도 성장할 것이다.

4.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계속된다 : 경기진작을 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계속돼 올해 7% 초반에서 내년 성장률은 6.5%로 하락할 것이다.

5. 신흥국은 혼조세를 보일 것이다 : 저유가와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 미국과 EU의 성장률 호전으로 대부분 신흥국가들의 경제상황은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신흥국가, 중동, 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신흥국가들은 가장 큰 성장세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경제제제와 유가하락, 해외자본 이탈이라는 삼각파도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6.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은 계속된다 : 공급증가와 수요부진으로 지난 여름 이후 40%가 하락한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둔화가 계속돼 내년 국제 원자재 가격은 10% 정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7. 디스인플레 압력은 계속된다 :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미한 성장세로 인한 수요 둔화로 전반적인 물가 하락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8. 미국 연준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다 : 미국 연준(FRB)과 영국은행, 캐나다은행은 각각 내년 6월, 8월, 10월에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중국인민은행은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계속 풀고, 금리도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9. 달러 강세는 지속된다 : 강한 경기 회복세와 금리인상으로 미국 달러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반면 ECB와 BOJ의 추가 부양책으로 유로화는 내년 가을 1유로에 1.15$-1.20$, 일본 엔화는 1달러에 120-125엔에 거래될 것이다.

10. 경기 하강 압력은 완화된다 : 가계와 기업, 정부를 압박하던 과다부채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부채문제가 완화되면서 예상 밖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관련 뉴스 (클릭)

IHS의 전망에서도 나타났듯이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의 경제전망 기조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 중질류를 기준으로 60달러를 하향 돌파한 국제유가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을 세금인하 효과에 비유하면서 소비를 늘려 경기 부양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가하락이 각 국가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요. CNBC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상 유가를 배럴당 85달러에서 40달러까지 가정하고, 10달러 단위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산했습니다. 45개국을 대상으로 국제유가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앞으로 2년간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낸 것입니다.

▶ 관련 뉴스 (클릭)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국제유가가 4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를 소개합니다. 필리핀이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 앞으로 2년 동안 연간 7.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중국은 7.1%, 인도는 6.7%, 한국은 4% 성장할 것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나타났습니다. IHS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6.5%로 전망했는데, 유가가 40달러대로 하락한다면 7%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3% 대 성장세가 전망됐던 한국의 경우도 비교적 큰 수혜를 입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기름을 생산 하는가, 아니면 기름을 주로 소비하는가에 따라 각 주별로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장기간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관련 기업들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손실을 입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됐습니다. 

산유국들에게는 저유가가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국제유가가 40달러로 하락할 경우 연간 -2.5%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해외자본의 이탈과 환율급등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처럼 원유 생산단가가 높고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산유국은 물론 사우디나 쿠웨이트, UAE 등 생산단가가 낮고 보유 외환이 많은 에너지 부국들도 석유수출 수입감소로 타격이 예상됩니다.

원자재에 투자한 글로벌 투기자금에 손실이 발생하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세계의 부가 에너지 생산국에서 에너지 소비국으로 이동하고, 에너지 부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서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국가들의 수출감소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와 금융상품,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시장에 어떤 블랙스완이 출현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기초적인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전반적인 비용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 잉여를 증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국제적인 경제조사기관들은 국제유가 하락은 그동안 과다부채에 시달리던 세계경제에 새로운 시드머니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가 늘면서 과잉생산 설비와 수요부족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유가로 산유국들에 돌아갔던 돈이 비산유국 소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경기부양의 시드머니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문제는 저유가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일 것 입니다. 가장 경기가 좋은 미국은 저유가를 금리인상의  기회로 활용할 것 같습니다. 소비가 늘고 세수가 늘면 재정 건전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1-2년 동안 저유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 기간이 구조개편의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부채를 줄이고, 수익이 안 나는 부분은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저유가 그 이후에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