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돌고 돌아 남행열차…그들이 호남 민심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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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테이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대선주자를 지낸 친노그룹의 핵심 문재인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남의 맹주 박지원 의원. 그리고 범친노계로 분류되면서 당대표를 이미 역임한 정세균 의원.

세명이 지난 10일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수상 14주년 기념식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행사에는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권노갑, 김원기, 김옥두 전 의원 같은 이른바 원로 정치인들이 자리했고 문희상 비대위원장, 이해찬 전 총리 등 현역 정치인까지 대거 참석해 무려 8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그림자가 여전히 강하게 드리운 새정치연합과 광주 전남의 유력 인사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자리였습니다.

세 사람은 테이블을 돌며 열심히 인사를 했습니다. 건배사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은 DJ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얻은 박지원 의원이었지만 그런 만큼 박 의원도 문재인, 정세균 의원이 신경쓰였을 겁니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세 사람 모두 새정치연합 당권도전을 향해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은 탈호남을 외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탈호남은 이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적 과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요즘은 그런 말이 예전 만큼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에서 당선된 충격 탓일까요?

집토끼 하나 잡지 못하면서 무슨 산토끼 잡으려 하느냐는 비판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권 도전자들이 호남 민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는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 경선방식을 정하고 있습니다. 권리당원 (당비를 일정기간 이상 낸 당원)과 대의원, 일반당원 및 국민여론조사의 비율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현재까지는 권리당원 5 : 대의원 3 : 일반당원 및 국민여론조사 2의 안과 권리당원 4 : 대의원 3 : 일반당원 및 국민여론조사 3의 안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노계는 일반당원 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가장 앞서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게 봐야하는 것은 가장 많은 비율로 반영되는 권리당원입니다. 이 권리당원은 누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을까요?

산술적으로 몇 %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오랫동안 야권 지지층을 형성해 온 호남 지역 당원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결국 호남 민심을 얻지 않고선 전당대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일부 의원이 영남지역 표에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문재인 의원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친노의 전략 아니냐는 비판에 당면했습니다.

지역주의 극복이나 태생적 한계를 논하기엔 현실 정치는 엄혹하고 냉혹합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이변이 없는 한 2016년 총선 공천을 치르게 됩니다.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엔 선거도 없어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위상이나 지도력이 크게 흔들리거나 평가 받을 일이 없습니다. 내후년 총선을 향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피말리는 각축전은 사실 이미 시작됐습니다.

** 참고로 올 연말로 예정됐던 이희호 여사의 평양 방문은 내년 5월쯤으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이 여사의 건강 때문인데 현재는 건강상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추운 날씨 탓에 고령의 이 여사가 폐렴에 걸릴 우려가 있어 방북을 미뤄야 한다는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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