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수출도 불안정"…내년 韓경제 경고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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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경제부총리도 하향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 연구소들도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 회복세가 불안정하다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늘(10일)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와 3.8%에서 각각 0.3%포인트 내렸습니다.

KDI는 "민간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투자도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등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대 중국·유럽연합(EU)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출의 완만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수입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감소로 전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대내외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미하며 투자도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1.0% 증가해 세월호 참사가 있던 2분기(-0.3%)의 심각한 부진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에 비해 크게 낮은 모습입니다.

투자도 건축부문이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 크고, 토목부문은 감소세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담뱃값 인상이라는 상승 요인이 있지만, 경기 개선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KDI는 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부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은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주력 부문인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부진해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수출도 대미 수출 덕으로 일정한 수준의 증가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개선이 늦어지면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수입도 최근 유가 하락에 따라 감소세로 전환된 상황입니다.

노동시장의 취업자 수 증가폭도 축소되고 있습니다.

명목 임금상승률도 지난해 3분기부터 경상 성장률을 밑돌아 앞으로 소비 확대와 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KDI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3.5%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3.5%)는 세계경제가 3.8%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추산된 수치인데,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습니다.

KDI는 그러면서 "만약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3.3%)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면 한국 경제성장률도 3%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경제성장률에 하방 리스크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부총리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YTN 미래전략포럼에서 "경제가 2분기의 세월호 사고 이후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회복 모멘텀은 미약하고 대내외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보다 낮춰잡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KDI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 연구소들도 내년 한국경제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금융연구원,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 중후반을 기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이렇게 내년 전망을 밝지 않게 보는 이유는 고질적인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경제 곳곳에 암초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돈 풀기'(양적완화) 종료에 따라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미국은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유로존은 소비가 침체되면서 디플레이션이 가시권에 들어왔고,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중국도 최근에는 성장세가 완만해지며 내년이나 2016년에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최근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수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계속해서 떨어지는 국제유가가 내년에 급등하면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국제유가와 관련해 "한국의 가계, 기업의 구매력이 커지는 측면이 있어서 성장률에는 도움이 되지만, 저물가 기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주요국 경제가 흔들리면 외부 충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와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해 내년 내수 역시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KDI도 가계부채 확대, 세입여건 악화, 기업실적 부진 등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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