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점거 사태, '끝내기 수순' 돌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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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이 오는 11일 도심에 설치된 시위캠프를 모두 철거하기로 해 70일 이상 지속한 도심점거 시위가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당국은 11일 수천 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와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의 시위 캠프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경찰이 진압하면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던 시위 지도부도 이번에는 시위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철수를 권유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위 캠프는 정리되고 두 달 보름가량 이어진 시위 사태도 종결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의결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은 지난 9월 28일부터 애드미럴티와 코즈웨이베이,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 등 지역에서 도심 점거 운동을 벌였다.

한때 하루 10만 명 이상이 모이는 등 시위 열기가 뜨거웠지만, 시위 장기화로 피로감을 느낀 시민의 반발 확산과 지난달 25일 당국의 몽콕 지역 시위캠프 철거 등으로 동력이 약화했다.

시위대가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지난달 말 시도한 정부청사 봉쇄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실패한 데 이어 지난 3일 시위 지도부의 한 축인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이하 센트럴 점령) 공동 대표들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시위는 종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가 조만간 시위 중단 여부를 결정키로 한 데 이어 중·고등학생 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도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진행했던 단식 농성을 중단한 채 시위캠프 철거에 저항하지 않기로 해 센트럴 점령과 학련, 학민사조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시위 지도부가 와해된 양상이다.

70여 일간 이어진 시위가 11일 사실상 마무리되면 시위대에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은 중국 당국이 일단 '승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여파로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5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완전한 통합을 이뤄야 할 대상인 홍콩 시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것은 중국 지도부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홍콩중문대가 지난 10월 16∼24일 광둥화(廣東話)를 구사할 수 있는 18세 이상 시민 8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 답했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은 4.3%만이 '중국인'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미국 서든 메소디스트 대학의 링 스아오 조교수는 8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중국이 홍콩에서의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란 제목의 글에서 "중국이 곧 승리를 선언하겠지만, 실제로는 홍콩을 잃고 있다"며 "중국의 강경 기조가 홍콩 젊은이들에게 중국과 중국 유산을 완전히 부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홍콩 주권 반환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흔들리면서 장기적으로 이 제도를 토대로 대만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이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9일 시행된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에서 친중(親中) 노선의 국민당이 참패한 것에는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시위대가 경찰의 후추스프레이를 우산으로 막아내 '우산혁명'으로 불린 이번 시위가 미완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선거안 개혁과 그 이면의 경제 불평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시위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센트럴 점령' 공동 대표인 베니 타이(戴耀延·50) 홍콩대 법대 교수는 지난 5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면 다수가 우리 편이 될 것"이라며 "현대화의 결과로 중국 본토에서도 합법적인 정부에 대해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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