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양호-김재열 IOC 위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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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지난 1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재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이자,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 담당 사장의 남편입니다. 오너 일가의 일원인 김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을 총괄하게 됨으로써 스포츠 마케팅 사업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그룹은 “김재열 사장이 국제감각과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일기획의 스포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제일기획은 올해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과 삼성전자 남자농구단,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을 인수하며 스포츠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김 사장의 부임은 삼성그룹이 스포츠단을 사회공헌활동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향후 김재열 사장의 거취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IOC 위원이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전 포석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IOC위원은 스포츠인은 물론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최고의 명예직입니다. ‘올림픽의 귀족’으로 불리며 실제 IOC 위원 가운데는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을 비롯해 진짜 귀족도 꽤 있습니다.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IOC 위원이 되는 방법은 4가지입니다. 첫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처럼 개인 자격으로 출마하는 것, 둘째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추천을 받는 것, 셋째 IF 즉 국제경기연맹의 추천을 받는 것, 넷째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처럼 IOC 선수위원에 출마하는 것입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IOC위원 후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재열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대한양궁협회장),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조양호, 김재열 두 사람이라는 게 체육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두 사람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조양호 회장은 현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대한탁구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조직위원장까지 하고 있어 올림픽 운동에 대한 기여도가 무척 높습니다. 김재열 사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조양호, 김재열 두 사람 모두 미국 유학을 통해 유창한 영어실력과 국제 감각을 갖춘데다 한진그룹과 삼성그룹이라는 막강한 배경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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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캡쳐_500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NOC의 추천, 즉 KOC(대한올림픽위원회)의 추천으로 IOC위원에 출마했지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습니다. 지금도 후보 지명 추천위원회명단에 올라 있어 내년 말까지 한 번 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조양호 위원장의 최대 고민은 연령이었습니다. 현 규정에 따르면 IOC 위원의 임기는 만 70세입니다. 현재 만65세인 조회장으로서는 내년에 당선될 경우 4년 정도 밖에 IOC 위원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9일 모나코에서 끝난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20’이 통과됐는데 제37조를 보면 IOC위원 5명에 한해 4년을 더 부여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즉 5명은 만 74세가 정년이라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조회장은 2023년까지 IOC위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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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1968년생인 김재열 사장은 젊다는 게 최대 강점입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과 달리 변수가 있습니다. 만약 조양호 회장이 KOC의 추천으로 먼저 IOC위원에 당선된다면 김사장이 이후 똑같은 방법, 즉 KOC의 추천으로 IOC위원이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조양호 회장이 끝내 IOC 위원에 당선되지 못한다면 김 사장은 추후 KOC 추천으로 IOC위원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조양호 회장이 IOC위원에 먼저 당선된 이후에 김재열 사장이 출마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처럼 개인 자격으로 나서는 것과 국제빙상연맹(ISU) 추천으로 출마하는 것입니다. ISU 추천의 경우 친콴타 회장이 현재 IOC위원으로서 있기 때문에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개인 자격 IOC위원은 그동안 1개 국가당 1명만 허용돼 왔습니다.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젠다 2020'이 통과되면서 김재열 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일단 생겼습니다. 제38조를 보면 IOC 총회에서 다수결에 의해 최대 5명에게 예외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체육계에서는 "1개 국가당 1명만 허용되는 규정은 바뀌었지만 현실적으로 IOC가 개인 자격으로 한국인 2명에게 IOC위원 자리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김재열 사장이 출마해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현재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의 임기는 70세가 아니라 종전 규정을 적용받아 만 80세입니다. 즉 2022년까지입니다. IOC위원이 건강 문제로 활동을 못하게 될 경우에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 년 동안 IOC총회 참석 등 어떤 활동도 하지 못한다면 자격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체육계에서는 이런 상황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대성 IOC 선수위원의 임기가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끝나는 데 이 때 한국 선수가 IOC 선수위원에 도전해 낙선한다. 이때까지 조양호 회장이 IOC위원이 되지 못하고 이건희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병상에 계속 있을 경우 자칫하면 한국인으로 실제 IOC 위원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사람이 1명도 없게 된다.”

이건희 회장이 조만간 건강을 회복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직을 사퇴하고 대신 김재열 사장이 출마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IOC위원의 선출은 규정상 IOC 총회에서 하게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집행위원회가 결정합니다. 특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IOC위원을 선출하는데는 국가별 안배, 종목별 안배, 개인 능력, IOC 집행부와 관계, 올림픽에 대한 공헌도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선 여부가 전적으로 몇몇 IOC 실세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은 금물입니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꼭 될 것 같은 사람도 떨어지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IOC위원의 정수는 115명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7-8명이 공석인 상태입니다. 다시 말하면 7-8명이 더 선출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초대 IOC 위원은 4.19 의거로 비극적 최후를 맞았던 이기붕씨(재임기간 1955년-60년)였고  그 뒤를 이상백-장기영-김택수-박종규씨가 이었습니다. 이후 IOC 부위원장을 지낸 김운용씨가 IOC 실세로 명성을 떨쳤고 이건희-박용성-문대성씨가 차례로 당선됐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국적으로 IOC 위원을 지낸 사람은 모두 9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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