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필수 선원 덜 태웠고 핵심 선원들 자격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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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501 오룡호'가 법적으로 반드시 승선시켜야 하는 선원들 가운데 일부를 태우지 않은 채 출항했고 선장 등 핵심 선원 4명의 자격은 법정 기준에 못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박직원법에 따르면 엔진출력 3천KW 이상 6천KW 미만 원양어선의 기관부 최저 승무기준은 기관장, 1등 기관사(1기사), 2등 기관사(2기사), 3등 기관사(3기사) 등 4명입니다.

하지만 1천619KW(2천200마력)짜리 디젤엔진 2개가 장착된 오룡호(3천238KW)의 선원 명단에는 기관장과 1기사만 있을 뿐 2기사, 3기사가 없습니다.

기관부 필수선원 4명 중 절반을 채우지 않고 출항한 것입니다.

선박직원법은 선박의 종류와 규모별로 갑판부, 기관부, 통신부의 최저 승무기준을 정해놨는데 이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담보하는 필수 인원입니다.

법적 필수선원 없이 운항하다가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피보험자의 과실이 인정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2, 3기사의 미승선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인 불감항성(unseaworthiness)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침몰 원인은 물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조산업 측은 "2, 3기사 없이 출항한 것이 맞다"며 "해당 자격이 있는 선원이 없어서 대신에 다른 직책의 선원이 그 역할을 겸임하도록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전영우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통신사는 선장이나 기관장이 자격을 갖추면 임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기관사는 겸임할 경우 비상상황 발생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어 법으로 필수 인원을 정해놓은 것"이라며 "이를 어기면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룡호의 침몰 원인 등을 수사하는 부산해양안전경비서는 한국 선원 11명 가운데 선장을 포함한 핵심 선원 4명의 자격증이 선박직원법에 정한 해당 직책 기준에 못미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김모 선장은 해기사 3급 면허를 가진 것으로 부산해양서는 파악했습니다.

선박 총톤수와 엔진 출력을 기준으로 최저 승무기준을 정한 선박직원법에 따르면 오룡호 선장은 2급 이상의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에 미달하는 것입니다.

사조산업이 승선원 명단에서 2항사라고 밝힌 김모(24)씨는 해기사 면허 5급 소지자입니다.

5급 자격증으로는 오룡호에서 3항사 역할만 할 수 있습니다.

승선원 명단에 기관장으로 직책이 표시된 김모(53)씨는 3급 기관사 면허를 갖고 있다.

오룡호 기관장은 2급 이상의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1기사인 김모(63)씨 역시 3급 이상으로 정한 선박직원법에 미달하는 기관사 면허 4급 소지자로 확인됐다고 부산해양서는 덧붙였습니다.

오룡호는 총톤수 1천753톤에 엔진출력 3천238KW(1천619KW 엔진 2대)여서 '총톤수 500톤 이상, 엔진출력 3천KW이상 6천KW 미만' 선박을 기준으로 한 선박직원의 최저 승무기준을 적용했을 때 핵심 선원 4명이 직책에 미달하는 자격증을 소지한 채 배를 탔다고 부산해양서는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박이 출항하기 전에 승선하는 선원들의 이름, 직책, 면허종류, 승선기간, 구직등록번호 등이 적힌 명단을 확인해 승인해주는 부산해양항만청의 관리감독이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승선 공인이란 선원이 배에 탈 때 신분과 직책을 항만청이 확인하는 절차로 항만청 승인 없이는 어떤 선원도 승선할 수 없습니다.

부산해항청의 한 관계자는 "승선원이 1항사로 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선장역할을 하는 등 신고된 것과 실제 역할이 다르다고 해도 항만청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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