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법정 필수선원 못채운 채 출항…'2기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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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501 오룡호'가 법적으로 반드시 승선시켜야 하는 선원 없이 출항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선박사고 발생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해 선사는 물론 실종 선원 가족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사조산업은 올해 3월 원양조업 전 관할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오룡호에 탑승할 한국인 선원 11명의 이름, 직책, 면허종류, 승선기간, 구직등록번호 등이 적힌 명단과 승선공인 신청서를 함께 제출해 승인을 얻었습니다.

승선 공인이란 선원이 배에 승선할 때 신분과 직책을 항만청이 확인하는 절차로 항만청 승인 없이는 어떤 배도 출항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오룡호가 법적으로 반드시 승선시켜야 하는 선원 승무기준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선박직원법상 엔진출력 1천500KW 이상 3천KW 미만 원양어선의 기관부 최저 승무기준은 기관장, 1등 기관사(1기사), 2등 기관사(2기사) 등 3명입니다.

하지만 오룡호(2천200마력·1천641KW) 선원 명단에는 기관장과 1기사만 있을 뿐 2기사가 없습니다.

선박직원법은 선박의 종류와 규모별로 갑판부, 기관부, 통신부의 최저 승무기준을 정해놨는데 이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담보하는 필수인원입니다.

최저 승무기준을 위반하면 선박직원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선원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할 만큼 엄하게 다스리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법적 필수선원 없이 운항하다가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피보험자의 과실이 인정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기사의 미탑승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인 불감항성(unseaworthiness)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침몰 원인은 물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조산업은 동부화재에 700만 달러 규모의 선체보험과 선원보험을 가입했고, 선박의 소유와 운항과 관련해 발생하는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국내의 한 선주상호보험(P&I)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2기사 자격이 있는 선원이 있었지만 월급이 좀더 많은 보직으로 승선 공인을 신청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룡호 한국인 선원에 대한 승선공인을 해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100∼150건의 승선공인 신청서류가 들어오는데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구조이며 선원 추가 승선·하선시 수시로 신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최저 승무기준 요건을 갖췄는지도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영우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오늘(8일) "통신사는 선장이나 기관장이 자격을 갖추면 임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기관사는 겸임할 경우 비상상황 발생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어 법으로 필수인원을 정해놓은 것"이라며 "이를 어기면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교수는 "필수 선원이 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박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선박보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한 P&I보험의 한 관계자는 "최저 승무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 인적 감항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번 침몰사고는 물론 보험금 지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룡호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경우 사망, 부상 선원 전원에 대한 보상금과 위로금, 수색작업 등 제반비용 일체를 선사인 사조산업이 떠안아야 합니다.

침몰한 오룡호에는 한국인 선원 11명을 포함한 60명이 승선해 있었는데 현재까지 7명만 구조됐고, 27명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2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에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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