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폭행 누명' 전 서울대 교수에 위자료 배상판결


성폭행 누명을 쓰고 수사를 받았던 전직 서울대 교수가 경찰의 수사 태만으로 결정적 증거 제출이 누락돼 무죄 입증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이겼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박이규 부장판사)는 박모 씨가 국가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박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박 씨는 2009년 4월 서초경찰서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여자친구의 후배 A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박 씨를 고소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서 박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당시 A 씨가 여러 차례 전화통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냈던 점으로 미뤄볼 때 그다지 취하지는 않았고, 성폭행한 사실도 없다며 A 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확보해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했습니다.

A 씨의 통신기록이 박 씨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검찰의 수사지휘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통신기록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또 2개 통신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고도 1개 자료만 수사기록에 첨부했습니다.

박 씨는 수사시작 당일 국제회의 참석차 출국했다가 경찰의 편파 수사로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귀국을 미뤘고, 서울대는 학기중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그해 9월 박씨를 해임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준강간치상죄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6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박 씨는 그간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와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담당경찰이 고의로 검사 지시에 불응하는 등 편파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신기록 누락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통신기록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담당 경찰로서는 이를 수사기록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를 누락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박 씨는 형사사건 피의자로서 공정한 수사를 받으리라는 신뢰가 침해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박 씨가 해임된 것은 학기중 수업에 복귀하라는 명령에 불응했기 때문으로 통신기록 누락과는 관련이 없고, 통신기록이 제때 제출됐더라도 재판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비용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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