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유치원 탈락母 "가나다 군 입학 전형, 돈 들여서 내놓은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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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요즘엔 대입보다 유치원 입학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유치원 입학은 추첨으로 뽑는데요. 공립이나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유치원에 사람이 몰리면서 로또 당첨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당국이 대책을 내놨는데요. 올해부터 공립, 사립 합쳐서 모두 4군데만 지원할 수 있게 했고 중복지원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 이렇게 강수를 뒀습니다. 그리고 어제 가군 첫 추첨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혼란은 여전했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신의 손을 가진 엄마만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 이런 말까지 나온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유치원 보내기 뭐가 이렇게 힘든 걸까요? 먼저 유치원 예비 학부모의 이야기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자녀는 몇 명 두고 계세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2명이요. 큰 아이가 이번에 5살 돼서요. 입학을 하려고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전쟁이라고 표현하시네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전쟁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어제가 서울지역 첫 추첨일이었잖아요? 하셨어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아, 저희는 했는데 떨어졌어요. 

▷ 한수진/사회자:

떨어졌어요. 아이고 어떡해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많이 속상하시겠네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그런데 너무 많이 와서, 사실은 이게 될까, 될까, 싶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들 많이 오셨어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몇 군데 지원하셨어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저는 처음에는, 이제 마음속에는 2군데였는데, 4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대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중복지원일이 너무 많아서 2군데 포기했고요. 근데 어제 이렇게 안 되고 나니까 다음 주에 병설, 10일에 마지막으로 하는 걸 하나 넣어볼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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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추첨 캡쳐_

▷ 한수진/사회자:

안 그러면 지금 한 군데밖에 안남은 게 되니까?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되면 또 불안한 거죠.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아니 근데, 가나다군 자체가 너무 대학입시를 연상시키고 너무 급하게 정책 내놓아서 처음엔 접수도 안 된 채로 진행하다보니까. 저희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엄청나게 막 지역맘들 카페가 있거든요? 거기에서 엄마들 정보가 더 빨랐지, 이렇게 뭐 교육청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한건 없었던 거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불만들이 상당히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일단은 가나다군을 유치원 자체로 묶어놨고요. 그리고 거기에서 4회를 지원한다고 되어있는데, 제가 저희 지역 리스트를 뽑아봤어요. 근데 거의 저희 지역은 다군에 많이 몰려있어서 당장 넣을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부모님이 선호하는 유치원들이 다군에 많이 몰려있는 거군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저희는 그랬어요. 그래서 차라리 횟수를 4회를 놔두고 가나다군을 하지 않았으면, 왜 엄마들은 내 아이에 맞는 유치원들이 다 우선순위가 있거든요. 상담 가다보면 내 아이에게 맞는 유치원들이 다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총 4회가 지원이 가능하다면 1,2,3,4 지원을 해볼 텐데. 가나다군이 묶여있다 보니까 오히려 4회가 되질 않아요, 4번 기회를 쓸 수 없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선호하는 유치원이 한 곳에 다 몰려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한 번에 운명을 걸어야 되는 형편이군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그리고 직장맘들이나 둘째 동생 갓난 아기 있는 엄마들은 매번 반차를 내기도 너무 힘들고, 그리고 갓난아기 데리고 날씨 되게 추웠잖아요, 어제도.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이것 하는 거 자체가 너무 엄마들은 정말 부담스러워하고, 돈 들여서 내놓은 안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게 많은 거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원래 지원 기회를 3회로 했다가 논란이 많아서 기회를 한 번 더 준건데도 그래도 이게 해소가 잘 안 되고 있고. 그나마 또 직장맘들은 많이 또 힘들어 하신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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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대란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네. 

▷ 한수진/사회자:

좀 장기적으로 이런 대책이 나왔다면, 준비가 됐다면 어때요? 각 군별로 공립, 사립 지역별로 잘 분배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그렇죠. 그런데 유치원 쪽에서도 가나다군이 꼭 필요한지를 현장 목소리를 좀 저는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가나다군이 꼭 필요할까요? 

▷ 한수진/사회자:

유치원 쪽에서도 좋아하지 않는군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네, 제가 상담 받으면서 유치원에 문의를 많이 하게 되니까 교육청은 워낙 통화하기도 어렵고 해서 그래서 굳이 이렇게 놔두는 것 자체가 유치원도 혼란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유치원들도 많이 불편하다, 근데 원서 접수 전에는 가나다군에 대한 설명 확실히 들으셨어요?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제가 알기로는 27일인가, 한 일주일도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갈 거다 하고 매번 교육청에 들어가서 떴나, 안 떴나 확인하고 그랬는데. 전혀 뭐 갑자기 “가나다군으로 한대” 엄마들끼리 그런 얘기가 나와서.

▷ 한수진/사회자:

다들 난리가 났겠군요, 혼란스러워서?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이게 뭐야... 대학입시처럼 가는 것 자체가, 엄마들은 이러면서 유치원을 보내야 하나, 이렇게까지 하면서.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 예비 유치원 학부모:

알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속해서 전문가 의견도 좀 들어보겠습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네. 

▷ 한수진/사회자:

나름 폐단을 없애자고 내놓은 정책인데, 오히려 상당히 혼란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원래 가나다로 하려고 한 것은 예년에 이렇게 몰리는 현상을 분산하려고 한 거거든요. 근데 이제 예상치 않게 모두 가군에 몰린다든지 이래서 취지가 반영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뭐 아까도 말씀드렸겠지만, 다시 4번으로 나눠서 지원을 한다, 이렇게 지금 정책을 바꾸는데요, 사실 이런 것을 이렇게 갑자기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준비 없이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여러 가지 이런 부작용을 낳고 있고요.

저는 정말 이제 앞으로는 현장의 의견도 유치원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보고 또 학부모의 의견도 들어봐서 기간을 충분히 갖고, 이게 지금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정말 일생에서 처음 시작하는 초기 아닙니까? 그런데 대학입시도 정말 1년 전, 2년 전부터 준비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하느냐, 이래서 앞으로는 이것을 충분히 의견을 듣고 검토한 후에 내년에 좀 더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앞에서 학부모 말씀 들어보면 쏠림 현상이 좀 심했다고 하잖아요. 가나다군 나누는 데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에 쏠림 현상이 좀 심했다고 하는데. 제도 시행하기 전에 좀 더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자료조사도 좀 꼼꼼히 하고 배분했으면 좀 괜찮았을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그렇죠, 그러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수요자가 굉장히 중요하고 현장의 의견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현장의 의견 또 학부모의 의견을 이번 기회에 충분히 반영해서 앞으로 정책이 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중복지원 한 사람 입학 취소한다고 해서 또 논란이죠?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글쎄 말이에요. 그것도 어제 발표했어요. 이렇게 막 중복지원이 많아지니까 입학취소 하겠다, 중복지원한 사람, 근데 이것이 저는 더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중복지원 자체에 대한 입학취소 하겠다는 게 지켜질지가 의문이에요. 지금 뭐 이렇게 난리가 나니까 지금 또 중복지원 한 어머니들은 또 현장에서 취소도 안 해주겠다는 또 유치원도 생기고. 신뢰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교육청이 그렇게 발표를 했다면 반드시 그 규정은 지켜야 될 거고요. 이렇게 또 어떤 의견들이 나와서 또 그것들을 또 취소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안 되고 더 혼란을 가중할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쨌든 뭐 갑자기 이렇게 다른 정책을 발표했지만, 아무튼 신뢰성을 지금 잃었거든요? 이 신뢰성을 갖는 게 저는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교수님, 지금 우리나라 유치원이 정말 없습니까? 출산율 떨어진다고 난리인데, 왜 이렇게 유치원 보내기는 또 어렵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우리나라에는 유아교육기관이 딱 2개 있죠, 어린이집하고 유치원. 그런데 그동안에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다 해서 어린이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45,000개가 넘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유치원은 8천 몇 개 밖에 안 돼요. 그러니까 이건 뭐 어마어마하게 수가 적죠, 절대적으로.

사실은 그동안에 작년까지만 해도 어떤 유치원에 막 굉장히 몰리고 그런 현상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는 이거 전체적으로 어떤 유치원을 막론하고 몰리고 있지 않나. 왜냐하면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니까요. 가장 이번 문제의 또 하나의 큰 원인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것은 사실 누리과정 예산 지원 문제가 이번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3살에서 5살 아이들 지원하는.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그동안에 왜 예산가지고 난리가 났었잖아요? 뭐 이걸 지원하느냐, 안 하느냐 여야가 굉장히 이걸 가지고 논쟁을 최근까지도 하고. 사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누리과정 지원 안 하겠다는 것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경우에.

그러니까 이번에 많은 부모들이 불안하신 거예요. 어린이집 보냈다가 또 지원 안 되는 것 아냐?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또 한시적으로만 내년 1년만 일단 막았지 않습니까? 이런 불안감, 지원이 안 될까봐 하는 불안감, 이것도 이제 유치원에 막 몰리게 된 현상이 되겠고요. 그래서 어쨌든 정부가 이런 누리과정이라든지 이런 지원에 대해서 명확한 어떤 안을 가지고 또 그 안을 제대로 시행을 해야지, 이거 뭐 막판까지 입학 추첨, 내일 모레인데 어제까지 여야가 예산도 통과 안 해주고 하다 보니 또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립유치원도 지금 절대적으로 부족한 거죠?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그렇죠. 현재 유치원의 경우에 사립이 한 80%가 되고 공립이 20%도 안 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공립의 수도 많이 늘려서 정말 그 원하는 사람이 갈 수 있게 해야 되고요. 사립유치원의 경우도 사실 지금 유치원이 우리 동네에, 정말 좋은 유치원, 소위 말해서 정말 잘하고 있는 유치원, 이런 유치원의 수도 지금 막 이렇게 산발적으로 몰려있든지, 또 없든지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질적 개선도 필요하단 말씀이시네요? 

▶ 이기숙 교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네, 전반적으로 유치원에 대한 질을 높여야 되겠고요. 사립유치원에도 지원을 하고, 수요자 맞춤형의, 정말 내가 원하는 곳에 내가 지원을 하고 가까운 곳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이런 공사립 유치원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12월4일 8시뉴스] 대학 입학만큼 힘들다…'유치원 합격'에 눈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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