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침몰까지 긴박했던 시간대별 무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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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하던 '501 오룡호'가 선체에 물이 들어차 응급조치 후 침몰하기까지 인근 선박과 주고받은 긴박했던 무전기록내용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이 무전일지에는 오룡호가 기상 악화로 그물을 걷고 피항하는 도중 잡은 고기를 보관하는 어창에 물이 들어찼고 이를 빼내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퇴선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나타나 있다.

또 김계환 오룡호 선장이 평소 각별한 사이였던 이양우 69오양호 선장과 마지막 교신을 하며 남긴 "배와 함께 하겠다."는 말도 기록돼 있다.

◇ 까롤리나77호가 오룡호와 주고받은 무전일지

▲1일 낮 12시 30분 = 던진 그물을 끌어당기는 작업 중 오룡 501호 선장으로 구조요청 받음.

당시 오룡호는 낮 12시께 그물을 거둬올린 뒤 피항하기 위해 나발린으로 10.5노트 속도로 항해 중이었음.

약 20톤의 어획물을 어창 입구로 쏟아붓는 작업 중 파도가 덮쳐 처리실에 해수와 어획물이 한쪽현으로 쏠려 해수가 계속 유입된다고 했음.

타기실에도 해수가 유입돼 조타불가해 엔진 정지 후 펌핑작업을 한다고 했음.

▲1일 오후 2시 30분 = 오룡호에 펌프 1대 전달함.

오룡호 처리실에 유입된 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여 선박상태 양호하게 보임.

당시 기상상태는 동풍이 초속 20m로 불고 파고는 4m, 기온 영상 3도, 수온 3도였음.

▲1일 오후 4시 = 오룡호 선장으로부터 선박상태 급격하게 나빠져 퇴선준비한다고 통보가 옴.

▲1일 오후 4시 50분 = 로프로 연결된 구명 뗏목 4개를 발견함.

▲1일 오후 5시 30분 = 구명 뗏목에서 러시아 검사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선원 5명 구조함.

▲1일 오후 5시 15분 = 오룡호 침몰한 것으로 추정함.

◇69오양호가 오룡호와 주고받은 교신내용

▲1일 오전 8시(한국시간 5시) 오룡호와 간단한 안부 교신 기상팩스를 보니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전 6시까지 기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오양호, 준성5호, 준성호, 남북호는 피항 이동 중이었음.

▲오후 1시께 러시아 선박 '네벨스크' 선장님으로부터 기상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양호는 피항차 나바린으로 이동 중이었음.

오룡호에게도 날씨가 안 좋아진다 하니 판단을 빨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권유해 오룡호 선장이 그물을 걷고 나바린으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함.

▲1일 오전 9시께 = 오룡호로부터 어창 입구에 물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음.

왜 그랬냐고 하니 그물을 걷은 뒤 고기를 붓는 과정에서 배 후미에 물을 맞았는데 그게 전부 어창 입구로 들어가서 물을 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

주변에 어떤 배가 있느냐고 물으니 까롤리나77호, 잘리브자비야카, 페르기알 등 3척이 있다고 했음.

▲이후 시간 미상 = 오룡호가 어창의 물이 절반 이상 빠져 괜찮을 거 같다고 해 차분하게 선원들 격려해 빨리 나바린으로 이동하라고 함.

▲이후 2시간 정도 경과 = 다시 오룡호에 연락해보니 어창입구에 물이 다시 차고 있다고 해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어창 입구에 물이 다시 차고 있어 좌현 배수구를 바람 반대편으로 해 (어창 속 물을 빼려고) 배를 돌렸는데 배가 기울어서 재차 돌린다"고 응답함.

▲이후 별 교신 없는 중 까롤리나77호로부터 오룡호가 퇴선명령을 내려 구조하러 간다는 긴급무전을 받음.

▲얼마 후 오룡호 선장과 다음과 같은 마지막 교신을 함.

오룡호 선장 "형님한테 마지막 하직인사는 하고 가야 안 되겠습니까"

오양호 선장 "김 선장 그러지 말고 차분하게 선원들 안전하게 퇴선시키고 너도 꼭 나와야 한다"고 5분간 설득함.

오룡호 선장 "지금 선박이 전부 소등된 상태입니다. 선원들 저렇게 만들어놓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오양호 선장 "제발 그러지 말고 선원들 안전하게 퇴선시키고 나와라.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 지내보면 별일도 아닐 수 있다"고 설득함.

이에 오룡호 선장 "형님 알겠습니다"라고 응답.

굳은 결심이 선 것 같아 재차 "계환아. 전부 살아서 부산서 소주 한잔하자"고 말함.

이후 교신 끊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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