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사태 후 휴대폰으로 서로 찍는 경찰과 시민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백인 경관의 총격에 따른 비무장 흑인 청년의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사태의 진실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예민해진 경찰과 시민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3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지나가던 흑인을 불심 검문한 백인 경관과 이유 없이 길을 가다가 제지당한 흑인 청년이 상대방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었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심문을 받은 흑인 청년 브랜던 맥킨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이날 오후 현재 각각 458만건, 77만건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언론이 전한 바에 따르면, 맥킨은 추수감사절이던 지난달 27일 미시간 주 폰티악에서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은 채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경찰관의 검문을 받았다.

오클랜드 카운티 경찰은 강도의 잦은 침입으로 수차례나 약탈을 당한 한 상점 점원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하던 터였다. 점원은 매킨처럼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가게 주변을 서성이는 한 청년이 수상하다며 911에 신고했다.

경찰은 마침 지난 2년간 인근 상점을 턴 강도와 비슷한 옷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길을 걷던 매킨을 붙잡아 세웠다. 매킨이 길을 제지한 이유를 경찰에 묻자 경찰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매킨은 날이 추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은 것이 어떻게 남에게 걱정을 주는 행동이냐며 따졌고, 경찰은 신고 전화를 받은 이상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며 정중하게 몇 가지 묻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장면을 찍고자 품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매킨도 경관의 행동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녹화했다. 둘은 큰 문제 없이 대화를 마무리 지은 뒤 서로 양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매킨은 경찰과 하이파이브하기는 처음이었다고 언론에 말했다.

퍼거슨 사태 이후 인종과 피부색에 따라 용의자를 추적하는 미국 경찰의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매킨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로파일링 수사의 피해자가 됐다"며 "경찰과 맞닥뜨리는 모든 이는 반드시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클랜드 카운티 경찰국은 911통화 기록 등을 제시하며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반박했다. 마이크 부처드 보안관은 "공무 집행 과정에서 경찰은 숨길 것이 없기 때문에 시민이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당사자 진술과 목격자 증언만을 토대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 사태를 일으킨 백인 경관을 불기소함에 따라 사건 정황을 정확하게 알려줄 동영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에서 높게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각료 회의에서 경찰 구조 개선을 언급하고 경찰의 몸에 부착하는 '보디 캠'의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