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달인' 마잉주, 민심이반에 정치적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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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臺北) 시장 재선, 국민당 주석 재선, 대만 총통 재선….'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30여 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선거에서 거둔 기록이다.

'선거 달인'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이지만 이번 11ㆍ29 지방선거에선 달랐다.

총통이자 집권 여당 당수로서 치른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다.

마 총통은 결국 '완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3일 집권 국민당의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장징궈(將經國) 전 총통의 영문 통역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능력과 청렴성에 외모까지 출중한 '3박자를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며 정상까지 올랐으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선거에 나서기만 하면 이기는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였던 마 총통은 민심 이반을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적지않는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국민당 주석직을 사퇴하면서 "오늘 당 주석을 사퇴하지만, 국민당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국민당이 더욱 대동단결해 쉼 없이 나가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만대 법학과와 미국 뉴욕대(석사)·하버드대(박사) 출신으로 비교적 순탄한 출세가도를 달려온 그는 수차례 정치적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정부에서 개혁성향 법무장관으로 발탁되고 나서 폭력 조직소탕에 나섰다가 1996년 국민당 내 본토세력과 비리 의원의 협공으로 중도에 하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법무장관 시절 금권과 폭력을 향해 칼을 뽑아든 용기는 유권자들에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그에게 대중적 인기를 보태줬다.

그는 국민당 주석이던 2007년 타이베이 시장 재직시절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권 후보' 자리를 굳히기도 했다.

이어 2008년 3월 실시된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를 누르고 58.5%의 득표로 총통에 당선돼 본격적인 '마잉주 시대'를 열었다.

총통이 된 이듬해 2009년 당내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국민당 주석직에 다시 올라 권력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다졌다.

그는 2012년 1월 총통 선거에서 51.6%의 득표율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여)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 국민당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견지해온 친중 노선에 대한 반감이 커진데다 경제정책마저 실패를 거듭하면서 마 총통과 집권당인 국민당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국민당은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22개의 직할시장과 현(縣)·시(市)장 가운데 6석만을 건진 채 제1야당인 민진당에 무릎을 꿇었다.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마 총통이 그동안 극복했던 난관들처럼 이번 위기도 철저한 개혁을 통해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아니면 레임덕(권력누수)에 시달리다가 '실패한 총통'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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