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사태 경찰 강경대응으로 전환점 맞나


홍콩 경찰이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한 데 이어 시위를 주도했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200여 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는 등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면서 두 달 넘게 끌어온 홍콩 시위사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캠프 철거 과정에서 경찰관과 충돌하거나 불법 행위를 선동한 시위 참가자 200여 명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이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은 25일부터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 지역에서 시위 캠프 철거에 나서 4일간 200여 명을 체포했다 풀어준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의 정부청사 봉쇄를 시도하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서 40명을 체포했다.

시위 초기인 지난 10월 3일 정부청사를 봉쇄한 시위대가 사흘 후 봉쇄를 풀 때까지 지켜보기만 했던 것과는 180°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홍콩 경찰의 기조 변화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두 달을 넘기면서 피로감을 느낀 홍콩 시민 사이에서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홍콩대학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83%의 응답자가 '시위중단'을 요구했고, 68%는 시위대 점거구역에 대한 '정리'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최근 지지율이 시위 발발 전 수준을 회복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지난 1일 "지금부터 주저 없이 법 집행을 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2일에는 시위대 본진인 애드미럴티 시위대에 대한 진압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 지도부의 한 축인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이하 센트럴 점령) 공동 대표들이 3일 오후 자수하기로 하면서 시위 동력의 위축이 가속하는 양상이다.

베니 타이(戴耀延·50) 홍콩대 교수와 찬킨만(陳健民) 홍콩중문대 부교수, 추이우밍(朱耀明) 목사 등 공동대표 3명은 학생 시위대의 철수를 유도하고 시위를 주도한 책임을 지고자 3일 오후 경찰에 자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시위에 가담한 일부 입법회(국회격) 의원과 자원봉사자들도 이들과 함께 자수할 예정이다.

학생 시위대는 센트럴 점령 대표 등의 자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시위 방식을 놓고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고등학생 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의 조슈아 웡(黃之鋒·18) 위원장은 회원 2명과 함께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지만,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은 단식 농성에 동참하지 않았다 알렉스 차우(周永康·24) 학련 비서장은 2일 밤 "시위를 중단할 방법을 시위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SCMP가 전했다.

이에 따라 9월 22일 학련의 주도에 따라 24개 대학의 동맹 휴업으로 촉발된 홍콩의 도심 점거 시위가 수습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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