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서 절망으로" 아랍의 봄' 투사, IS 전사로 죽다

한 시민운동가의 투쟁과 좌절…"이집트의 과거·현재·미래 반영"


이집트에 '아랍의 봄'이 왔을 때, 시위대 앞줄에 있던 전직 경찰 아흐메드 알다라위(38)는 세상이 곧 바뀔 거라 믿었다.

독재가 물러나고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거라 생각했다.

억압이 사라지고 인권이 싹틀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세상은 반대로 흘러갔다.

대오를 함께한 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눴다.

분열을 틈타 군부가 정권을 전복했고,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좌절한 알다라위는 지난해 가을 세상에서 사라졌다.

모두와 연락이 끊겼다.

그의 소식은 몇 달 뒤 다시 '부고'로 전해졌다.

그는 전투 중 사망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대원이 돼 있었다.

카이로에서 1천200㎞ 넘게 떨어진 이라크 티크리트의 한 전장에서였다.

부유한 가정 출신의 경찰이 민주투사로, 그리고 IS 대원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집트의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투영하는 듯한 알다라위의 행적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자세히 전했다.

가난과 실업 등으로 합류한 대다수의 다른 IS 대원과는 달리 알다라위는 카이로 부촌에서 자랐다.

명문 경찰대를 졸업하고는 예정대로 경찰로 복무했다.

그러나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하의 부패와 시민탄압 실상을 목격하며 경찰직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사기업으로 옮긴 알다라위는 2010년부터 카이로 거리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곧 반정부 시위대의 중심인물이 됐다.

동생이 "직장과 가정이 위험해진다"고 만류했지만 알다라위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멈추지 않았다.

결국 무바라크 정권은 2011년 2월 무너졌다.

그러나 알다라위가 꿈꾸던 세상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독재 타도를 위해 나란히 섰던 시위대가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로 나뉘어 분열하기 시작했다.

꿈이 무너진 알다라위는 실의에 빠졌다.

FT는 "2012년 12월 시위대 세력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지자, 알다라위의 마음속 무언가가 부러졌다"고 했다.

동생은 "형이 '이제 혁명은 이제 다 끝났다"며 "이들이 서로 피를 흘리고 있다. 다시는 연대할 수도 없을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혁명의 실패에 절망한 알달라위는 시리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정권에 억압받는 시리아인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2013년 7월 군 장성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알달라위는 그해 가을 종적을 감췄다.

그리곤 IS 전사가 됐다.

동생은 형이 알누스라 전선과 IS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설이 분분하다.

이라크군에 의해 죽었다는 말이 있지만 스스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파와즈 게르지스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교수는 FT에 "알달라위의 얘기는 이집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며 "뿐만 아니라 아랍의 봄이 만든 거대한 염원과 희망이 어떻게 절망으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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