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4년이나 실종된 아이…가짜 벽 뒤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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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애틀랜타 경찰서에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플로리다 주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지금 제 아들이 집 안에 갇혀 있대요. 빨리 구해주세요.” 이 경찰서 관할지에 있는 한 주택에 13세 소년이 갇혀 있으니 구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게다가 갇혀 있다는 그 소년은 4년 전부터 사실상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황당한 신고를 믿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신고가 들어왔는데 안 가볼 도리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경관들이 그 집으로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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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소년의 아버지 그레고리의 집이었습니다. 그레고리는 4년 전 부인과 이혼해 다른 여성과 재혼한 뒤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그레고리의 동의 하에 집 전체를 수색했습니다. 각 방은 물론 차고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실종된 13세 소년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소년이 이 집에 있었다는 흔적 조차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레고리와 가족들도 소년을 본지 4년이 넘었다고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거짓 신고’ 내지는 ‘장난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집 주인 그레고리에게 정중히 사과한 뒤 철수했습니다.

경찰서로 돌아온 경관은 신고 전화를 했던 여성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그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년의 흔적은 없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아니에요. 차고를 잘 뒤져보세요. 거기 있다고 조금 전에 연락이 왔어요. 전화가 곧 끊겼는데 분명 거기 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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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여러 경관이 찾아가 여기저기 이 잡듯 뒤졌고 차고도 여러 차례 둘러봤는데도 이 여성은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으니 말입니다. 할 수 없이 경관들이 또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이어 밤까지 두 번이나 찾아가 집을 뒤지겠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 없지만 경찰로서는 여성의 신고 전화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그레고리에게 다시 양해를 구한 뒤 차고를 집중적으로 뒤졌습니다. 차고 안에 작은 장롱 같은 게 하나 있었는데 그곳을 열어 봤지만 빈 상태였습니다. 그 장롱에는 선반들이 여러 개 있어서 사람이 안에 들어가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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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관은 무심코 지나쳤던 장롱 안을 유심히 들여다 봤습니다. 장롱 뒷벽에는 천으로 된 커튼 같은 것이 쳐져 있었는데 천을 밀어 제치자 안쪽에는 판자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1차 수색 때도 해봤던 건데 경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판자를 밀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안으로 쑥 밀려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경관이 그 안으로 조심스럽게 기어 들어갔습니다. 철제 빔들이 이어져 있고 그 안에 단열재로 둘러쳐진 작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공간 안에는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잔뜩 웅크린 채 앉아있었습니다. 손에는 전화기를 든 채 말입니다.

“거기는 전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그 안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포터 경관의 말입니다. “그 소년은 몸 곳곳에 학대 받은 흔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고요.” 경관이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비추면서 다가가자 소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절 구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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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자회견에 따르면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소년은 이 가짜 벽 뒤에 있는 좁디 좁은 밀폐 창고에서 온종일 지낸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밤에 잠은 세 명의 형제 (이 세 형제가 친형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와 침실에서 함께 잤고, 가끔씩 정원에서 가족들과 모여서 정원 손질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4년 동안 학교에도 가지 않았고, 밖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와 나머지 가족들로부터 지나친 학대를 받은 정신적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극도의 공포감 때문인지 아직 설명이 되지 않고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 소년이 어떻게 해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됐는지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 소년은 4년 전 아버지 그레고리에 의해 생모와 강제 이별하게 됐고, 어머니는 이 소년과 아버지가 조지아 주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아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던 중, 어떻게 됐는지 아들이 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알려줬다는 얘기입니다. “그 소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와 재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것 같습니다.” 경찰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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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아버지 그레고리와 부인 사만다, 그리고 다른 10대 세 자녀 모두 아동 감금과 학대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특히 부인 사만다는 이전에도 아동 학대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에 출두한 두 사람은 보석금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구속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 황당한 사건은 아직도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정확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많은 사건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이 기사를 보면서 눈에 띄었던 점은 적어도 애틀랜타 경찰들이 신고 전화를 묵살하지 않고 두 번이나 그 집을 찾아가 수색하는 정성을 기울였기에 소년은 생모와 4년 만에 재회하고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살려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고도 건성건성 현장 주변을 둘러보고 되돌아가는 바람에 무고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던 우리나라의 경우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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