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보이지 않는 손', FA 시장 거품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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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자율성을 표현했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경제의 표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2014년 겨울,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좀 더 다른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이 눈총을 받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아닌, 몸값 거품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거품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는 정도가 더 심하다. FA 최대어로 손꼽혔던 최정이 원소속팀 SK와 4년 총액 86억 원에 계약하며 FA 시장 역사를 새로 쓴 것에 이어 윤성환(삼성·80억 원) 안지만(삼성·65억 원)이 각각 선발 및 불펜 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4넌 84억 원을 찍어 다시 윤성환의 기록을 깼다.

아직 미계약 선수들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FA시장 최고 거래 금액(약 523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555억 원가량이 시장에서 오고갔다. 이 추세대로라면 600억 원 이상은 확실시되고 700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과 구단의 시선은 갑자기 찾아온 한파만큼이나 차갑다. 선수들의 몸값 상승은 프로야구 산업의 성장으로 볼 수 있음에도 그 폭이 과하다는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형성된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는 전형적으로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구조다. 자연스레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꿈쩍도 하지 않던 FA 최고 몸값이 지난해 깨진 것(강민호, 75억 원)에 이어 올해는 현재까지 세 명이나 그 이상의 몸값을 받았기 때문이다. FA 선수들 사이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논란이 나오는 판에 일반 선수들과의 차이는 상상 이상이다.

구단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FA 시장이 과열됐다”라는 명제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열된 금액이 나오는 것은 어찌됐건 ‘어떤’ 구단의 호주머니다. 누구나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것은 최근 FA 사례에서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분명치 않은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하나의 요소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돼 시장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을 부풀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실체는 명확하지 않은데 그 행위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당하는 꼴이다.

이른바 탬퍼링(사전접촉)이 그 중심에 있다. 시즌 중부터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구단이 모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얼마의 금액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구단이 어떤 포지션의 선수들을 원한다고 하더라”라는 소문이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가뜩이나 판이 좁고 자원이 많지 않은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민감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FA를 앞둔 한 선수는 시즌 중반 “나를 둘러싸고 모 구단이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선수는 선수 나름대로 기대가 부풀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가격이 뛴다.

심지어 원소속팀 우선협상기간 전에 영입 의사를 타진하거나 소문을 흘리는 경우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올해의 경우에는 대어급 선수들이 그런 소문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구단만 난색이었다. 금액을 제시해도 선수들이 마지막 날까지 도장을 찍지 않는 분위기가 완연했기 때문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구단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선수들이 뭔가 믿는 구석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라면서 “흔히 말하는 ‘카더라’에 휘둘린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나가면 끝이기 때문에 허투루 듣기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이 관계자가 지목한 선수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타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또한 야구계에서는 원소속팀 우선협상기간 중에도 타 팀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의심 사례가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의심과 발뺌의 연속이다. 그 사이 서로간의 신뢰는 깨진 지 오래다. 심지어 한 구단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문의 진앙지로 나머지 팀들의 의심 대상이 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그 소문은 각 구단들의 치부를 파고드는 바이러스가 됐다. 그리고 그 소문은 또 하나의 소문을 만들어내며 구단과 선수들을 모두 어렵게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장에 나간 선수 중 몇몇 선수들은 타 팀이 자신을 불러줄 것이라는 일종의 확신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구단의 제시를 냉정하게 뿌리치고 나갈 만한 성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1일까지 타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다. 피해를 보는 것은 구단뿐만이 아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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