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경찰이 장난감 총을 갖고 놀던 12살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서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상이 공개됐는데, 흑인에 대한 경찰의 차별 대응에 여론의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이성철 특파원입니다.
<기자>
지난 22일 미국 클리블랜드의 공원에서 한 소년이 권총을 주머니에서 꺼내 놀고 있습니다.
소년이 장난감 권총으로 쏘는 시늉을 하자, 한 남성이 911에 신고합니다.
[신고자→911 센터 : 한 남자가 권총을 들고 있어요. 어쩌면 가짜 총일 수도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다 겨누고 있어요.]
곧바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합니다.
백인 경찰관 한 명은 도착한 지 2초도 채 안 돼 총격을 가했고 12살 흑인 소년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결국 숨졌습니다.
소년이 손에 든 것은 가짜 총, 장난감이었지만 가짜일 수 있다는 신고 내용은 일선 경찰에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911 센터→경찰 : 한 남자가 그네에 앉아서 권총을 사람들에게 겨누고 있습니다.]
경찰은 CCTV와 통화내역을 공개하면서 어느 누구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편견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911 센터 : 흑인인가요, 백인인가요?]
[신고자 : 검정색 소매의 회색 코트와 회색 바지를 입고 있어요.]
[911 센터 : 흑인인가요, 백인인가요?]
[신고자 : 흑인입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미국의 경찰과 사법 제도는 과연 정의로운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흑인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버리지 해소하지 못한다면 공권력의 총 끝에 어린 목숨을 잃는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박정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