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평민' 비하 英정치인, 권세·돈 다 잃었다

전 보수당 원내총무, 언론 상대 명예훼손 소송 패소


2년 전 경찰관을 '평민'으로 비하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영국 집권당의 전 원내총무가 이 소식을 보도한 일간지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27일(현지시간) 앤드루 미첼 전 보수당 원내총무가 일간지 더 선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고 소송 비용 중 우선 30만 파운드(약 5억2천220만원)를 내도록 명령했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미첼 전 총무는 지난 2012년 9월 자전거를 타고 정부청사 차량통행로를 지나려다 청사 정문을 지키던 경찰관 토비 롤런드의 제지를 받았다.

그는 롤런드와 언쟁하던 중 욕설을 하면서 "네 주제를 알아라,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우리이고 너는 평민(pleb)이다"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더 선은 1면에 이 발언을 보도했으며 미첼은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다 원내 총무 자리를 내놨다.

미첼은 자신이 흥분해 욕설은 했지만 '평민'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며 더 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때 미첼이 정치적인 독설인 '평민'이란 말을 했거나 그에 상당하는 발언을 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식 경찰관'인 롤런드가 고위 각료가 자신에게 한 말을 충동적으로 지어내는 성향이거나 그런 상상력을 가진 인물도 아니며 거짓말을 막기 위해 연기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미첼의 행동이 '유치한' 것으로 표현하면서 미첼의 진술이 현장 폐쇄회로 TV 화면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롤런드와 더 선은 판결 내용을 환영했다.

롤런드는 "경찰관으로서 나의 무죄와 진실성, 평판이 인정받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더 선의 스티그 아벨 편집장은 "미첼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많은 추측과 언급, 신문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판사가 오늘 모든 것을 잠재웠다"고 말했다.

반면 미첼은 판결 이후 실망감을 드러나면서 "비참한 2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끝내고 우리의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87년 정계에 입문한 미첼은 이번 패소로 최소한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 내각에서는 장관직을 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150만∼300만 파운드(약 26억 840만∼52억2천200만원)으로 추산되는 거액의 소송 비용도 물어내야 할 상황이라 돈과 권세를 모두 잃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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