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셰일가스 열풍…온난화 늦출 수 있을까?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셰일가스 열풍”

말 그대로 셰일가스(shale gas)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2000년만 해도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량은 하루에 20억 세제곱피트에 불과했지만 2014년 현재는 하루 생산량이 400억 세제곱피트까지 급증했다. 10여년 만에 하루 생산량이 20배나 급증한 것이다(자료: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이고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인 ‘셰일’에 스며들어 있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하지만 셰일가스가 땅속 너무 깊은 곳에 있어 뽑아내기가 어렵다 보니 최근까지는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나‘수압파쇄법’이 등장한 뒤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수압파쇄법은 기존의 유전개발이나 천연가스 개발에 흔히 쓰이던 수직 시추법과 달리 셰일 층에 수평으로 구멍을 낸 뒤 고압의 물과 화학물질을 집어넣어 셰일 층에 균열을 내고 이때 암석 틈에서 빠져나오는 가스를 모아 뽑아 올리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시추법의 등장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림 참조, 자료: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오프라인 - SBS 뉴스
취파

특히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천연가스와 경쟁 에너지원인 석유 가격까지도 끌어내리고 있다. 셰일가스의 열풍에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은 셰일가스 열풍이 더 거세지기 전에 고사시키기 위해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발전용 셰일가스 가격은 1천 세제곱피트 당 평균 4달러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연평균 가격이 9.26달러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그림 참조, 자료: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오프라인 - SBS 뉴스
취파용

미국이 셰일가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 또한 산유국이 아닌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셰일가스 호황과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의 하락으로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값이 저렴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셰일가스를 비롯한 천연가스의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저렴한 가격과 사용의 편리성,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셰일가스의 등장은 특히 지구온난화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던 산업계와 정치권에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셰일가스가 연소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석탄이 탈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셰일가스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는 셰일가스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산업시대, 온실가스 제로(“0”) 산업시대로 넘어가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양의 물과 화학물질이 지하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셰일 층을 깰 때 주변 지층에 불필요한 진동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 됐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도 온실가스인 메탄이 누출돼 역시 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전 세계 곳곳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할 경우 엄청난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셰일가스가 친환경적인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셰일가스 값이 매우 저렴하고 매장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발전과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저탄소 에너지원이 전 세계 에너지 수요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은 환경 문제로 잃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얻는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셰일가스 개발을 문제 삼는 그룹과 적극적인 개발을 주장하는 그룹은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Howarth et al, 2011 참고).

과연 셰일가스 사용 확대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온실가스 제로(“0”) 산업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석탄에 비해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고 해서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전 세계 미래 에너지 시스템과 경제, 그리고 기후변화와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최근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Haewon Mcjeon et al, 2014; Davis and Shearer, 2014).

결론부터 말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후변화에 대한 특별한 정치적인 결단 없이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셰일가스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기대와 달리 셰일가스가 결코 온실가스 제로 산업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 호주,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 5개국 공동 연구팀은 전통적인 기존의 천연가스와 새롭게 등장한 셰일가스의 생산과 수요, 미래 전 지구 에너지시스템, 경제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50년까지 셰일가스 소비 확대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셰일가스가 온실가스 제로 배출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 수 할 수 있는지 5개의‘에너지-경제-기후변화 접합 모형’을 이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결과 우선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2050년 인류가 소비하게 될 천연가스의 총량이 셰일가스가 등장하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2.7배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셰일가스가 단순히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크게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특히 석유나 석탄 대신 셰일가스를 사용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셰일가스 소비가 급증하면서 2050년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소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전통적인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 등 기존의 화석연료만을 소비할 때보다 최고 1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발전과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고려할 경우 세일가스 소비 확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일가스의 등장이 앞으로 에너지 소비 형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는 있지만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 효과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셰일가스 사용 확대가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우선 값이 저렴한 셰일가스의 공급 확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보다 더 많이 소비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에너지 값이 비싸면 소비를 줄이거나 절약을 생각 할 텐데 값이 싸다 보니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절약하려는 마음도 약해진다는 것이다. 비록 셰일가스가 연소할 때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셰일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체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값싼 에너지 공급은 전체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에너지 수요가 더욱 크게 늘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값이 싼 셰일가스는 에너지 시장에서 단순히 석유나 석탄을 대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태양열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까지도 대체한다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을 대체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재생에너지 개발조차도 더욱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천연가스 생산에 드는 비용과 재생에너지 개발에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2020년쯤에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기존 천연가스의 경제성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값이 싼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값싼 에너지가 있는데 굳이 값이 비싸고 효율도 떨어지는 재생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셰일가스의 주성분이 메탄(CH4)이라는 점이다. 셰일가스를 생산하고 수송하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메탄이 누출될 수 있는데 이 게 문제다. 기술이 떨어지는 나라나 기업일수록 누출되는 메탄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메탄의 대기 중 수명과 2100년까지의 지구온난화를 고려할 경우 메탄의 지구온난화 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가 20~80 정도로 큰 것이 문제다. 같은 양이 배출될 경우 메탄이 지구를 뜨겁게 하는 정도가 이산화탄소보다 20~80배나 강력하다는 뜻이다. 결국 세일가스 소비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저렴하게 셰일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전 세계로 보급되고 너도나도 셰일가스 개발에 나선다면 생산이나 수송, 분배 과정에서 새 나가는 메탄의 양은 더욱 더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막대한 매장량과 사용의 편리함, 무엇보다도 착한 가격, 셰일가스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해서 급증할 전망이다. 셰일가스는 분명 경제성장과 국지적인 대기오염문제 해결, 에너지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구온난화에 대한 특별한 정책 없이 셰일가스 개발과 소비를 장려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생각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 Haewon Mcjeon, J. Edmonds, N. Bauer, L. Clarke, B. Fisher, B. Flannery, J. Hilaire, V. Krey, G. Marangoni, R. Mi, K. Riahi, H. Rogner and M. Tavoni, 2014: Limited impact on decadal-scale climate change from increased use of natural gas. Nature, doi: 10.1038/nature13837.

* Davis, S. and C. Shearer, 2014: A crack in the natural-gas bridge, Nature, doi: 10.1038/nature13927.

* Howarth, R., A. Ingraffea, and T. Engelder, 2011: Natural gas: should fracking stop? Nature 477, 271-275.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Natural Gas Weekly Update

http://www.eia.gov/naturalgas/weekly/#itn-tabs-2

http://www.eia.gov/dnav/ng/hist/n3045us3m.htm

** 이 글은 11월 28일자 한국과학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