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함' 인도 지연…'오명'에 속타는 대우조선

방위산업 진출 후 처음…11개월째 유지관리비 등 각종 부담
지난 30년 동안 국내외 군함 49척과 잠수함 37척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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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넘는 세월 동안 단 차례도 인도 기일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납품비리 의혹이 제기된 데다 조기 전력화까지 검토되는 등 논란에 휩싸인 차기수상함구조함(ATS-Ⅱ) 통영함(3천500t).

통영함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산업 진출의 첫 결실인 초계함(PCC) 안양함 인도 이후 최초로 인도 기일을 넘겼다는 오명을 남겼다.

통영함 등의 군함과 잠수함은 특수선으로 분류된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과는 계약 체결 등 업무 방식이 다르다.

상선은 조선소가 선박에 사용되는 자재와 장비 일체를 선정하고 선주사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건조한다.

특수선은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지정하는 장비를 탑재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재나 장비에 대한 권한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이 지정하는 선체고정음탐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 등 장비를 조립, 통영함을 완성시키면 그만이다.

통영함은 2012년 9월 진수 이후 이상유무 등을 점검하는 시운전을 무사히 마쳤고 2013년 12월 방위사업청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통영함의 핵심 장비 성능이 20년∼30년 전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현장에 성능 등 문제로 통영함을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결정적이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이 지정한 장비를 탑재해 시운전까지 마쳤고 건조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인도를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털어놓았다.

만약 통영함이 군함이 아닌 상선이었다면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수주가 급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선주사의 경우 약속된 인도 기일이 지나면 조선소에 그 책임을 물어 하루 단위로 수만 달러 규모의 손해금액을 청구한다.

조선소가 제시한 장비를 탑재, 설계도면과 작업공정에 따라 건조를 마쳤는데 선박 운항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이 100% 조선소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주사가 지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통영함 건조가 방위산업이라는 복잡한 구조와 사업의 상징성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처지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해군과 방위사업청에 '해군이 요구하는 작전성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새로운 장비가 오면 교체설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행히 특수선 안벽의 규모가 전체 안벽의 10% 정도에 불과해 조선소 전체 작업 공정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11개월째 통영함 인도가 늦어진 데 따른 유지비용은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았다.

통영함 건조가 시작된 이후 조선소에는 해군과 방위사업청 관계자 100여명이 머물며 현장 감독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숙식 등 체재비 대부분은 대우조선해양이 부담하고 있다. 이 기간 안벽에 머문 통영함에 사용되는 전력, 유류, 물 등의 비용도 모두 회사 몫이다.

설상가상으로 인도 기일 지연은 속사정이야 어쨌든 향후 방위산업 입찰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도 연기에 따른 부대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향후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여부를 가릴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일로 해외 수주 실적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쟁사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인도 기일 지체가 전무후무했던 회사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에서 방위산업에 진출한 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인데 실적 면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압도적이다.

한국 해군은 물론 영국, 노르웨이,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해군도 주요 고객이다.

올해 현재 국내외에서 군함 49척, 잠수함 37척(완전 분해 후 내부 장비를 교체하는 창정비 2척 포함)을 건조했다.

지난해 3월 영국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 때는 발주처가 요구한 납기 기일, 가격, 성능 등 까다로운 요구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영국 국방부는 노르웨이 국방부에 대우조선해양을 적극 추천, 지난 6월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수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말 방위산업 분야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영업, 설계, 생산 등 각 부문 산하에 있던 특수선 관련 조직을 모아 '특수선사업본부'를 신설, 독자적인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향후 특수선사업본부의 역량을 높이려고 현재 약 670여명인 특수선사업본부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거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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