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지 관리 허술…"관리·감독 강화해야"


지난 6월 야간 자율학습이 진행되던 대구의 한 사립고교에서 3학년 학생 2명이 교무실에 침입해 기말고사 시험지 초안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이들은 이렇게 입수한 시험 문제 정보로 영어와 수학 등 5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주위 사람들의 문제 제기로 범행이 들통났다.

이들 학생은 앞서 중간고사 때는 평소 교무실을 드나드는 교사들 뒤에서 몰래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야간에 교무실에 들어가 시험 문제를 입수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에는 경북 경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지를 인쇄하던 학교 직원이 시험지를 몰래 빼내 1학년 학생 학부모 한 명에게 건네준 사실이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정말 이번 뿐이었을까"라며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학교 당국의 시험지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대책이 없어 교육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구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 건물에 보안장치가 마련돼 있고 심지어 당직자까지 있지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사실상 보안장치를 가동할 수 없다는 허점이 있었다.

시험지 또한 이중의 잠금 장치를 한 캐비닛에 보관하게 돼 있지만 시험지 원안이 아닌 초안이라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방치됐다.

경주 사건은 시험지 인쇄를 맡은 학교 직원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인쇄실을 드나들면서 발생했다.

연구부장의 입회 아래 시험지를 인쇄하게 돼 있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실무직원 1명이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사나흘 동안 시험지 인쇄를 맡고 있다.

실무자의 양심이나 도덕성에만 맡길 뿐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시험지 관리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포항에 사는 고교생 학부모 이모(51)씨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에 목을 매는 현실에서 내신 성적을 좌우하는 학교 시험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학교당국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철저한 시험지 관리를 주문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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