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으로 번진 '정의란 무엇인가' 판권 경쟁


초대형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권을 둘러싼 출판사 간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최근 재출간한 와이즈베리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번역과 감수, 해설을 보완해 재출간한다"면서 "원문을 독자 수준과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번역했다"고 강조했다.

또 "2010년 국내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가 판매량에 비해 완독한 독자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을 반영해 별책부록 해설서를 제작하는 한편 저자 초청 특별강연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를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한 김영사는 25일 오후 이례적으로 와이즈베리의 보도자료 내용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영사는 와이즈베리가 김영사판 '정의란 무엇인가'의 번역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김영사판 번역자로부터 와이즈베리에서 새로 작업한 번역본이 원래 번역을 많은 부분 표절했다며 적절한 대응방안을 문의하는 메일도 받았다고 했다.

김영사는 "와이즈베리가 홍보하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새 번역'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면서 "타 출판사가 성공적으로 출판한 책을 거액을 투자해 출판권을 가져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출판사 고유의 메시지와 출판정신을 담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와이즈베리가 김영사판 제목인 '정의란 무엇인가'를 그대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편집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계 내부에는 서로의 창조성과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보이지 않는 룰과 매너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영사는 "(영어판 원제목인) 'Justice'를 번역하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하나의 제목이 되고 현상이 된 데는 기존 출판사 편집자와 마케터의 창조적인 노력이 있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인정이나 상의 없이 (제목을) 그냥 사용하는 것은 양식 있는 출판사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와이즈베리가 책 표지에 '한국 200만부 돌파'라는 홍보성 문구를 쓴 것에 대해 "정확한 부수는 123만부"라면서 "에이전시, 저작권사, 김영사를 통해 정확한 부수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실수 또는 보다 잘 팔기 위한 애교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것은 기존 책을 출판한 김영사와 저작권사의 업무 신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시장에 대한 혼란, 독자에 대한 기만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사가 2010년 5월 번역 출간한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 5년간 123만4천여부가 팔리며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다.

김영사는 샌델 교수에게 그동안 모두 14억7천600여만원의 인세를 지급했다.

김영사의 한국어판 출간 계약은 올해 5월 말 종료됐으며 교육출판 전문 기업 미래엔의 인문경제경영 브랜드인 와이즈베리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권을 사들여 최근 책을 재출간했다.

2009년 4월 2만달러(당시 환율로는 약 2천300만원)에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국어판 판권을 사들인 김영사는 연장 계약을 위해 20만달러(약 2억2천200만원)를 제시했으나 더 높은 금액을 낸 와이즈베리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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