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마르케스 유품, 텍사스大에 보관


올해 4월 타계한 남미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품이 미국 오스틴의 텍사스대학에 보관된다고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텍사스대는 이날 마르케스의 유족으로부터 그가 남긴 원고와 메모, 편지 등 유품 2천여점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품 중에는 제목과 페이지 번호, 고칠 곳 등이 손으로 표기된 '백년 동안의 고독'의 타자기 원고 등 작품 관련 기록들과 밀란 쿤데라, 귄터 그라스 등 각국의 문호들과 주고받은 편지도 포함됐다.

아들인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것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아버지는 '내 인생과 생각은 모두 내 책에 담겨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소개했다.

2009년 출판된 전기에 따르면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 집필 과정 중 매일 작성한 메모와 등장인물들의 가계도 등을 직접 폐기했다.

마르케스는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이 공개되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

마르케스가 부인 메르세데스와 약혼할 당시 '예전에 보냈던 연애편지들을 폐기하고 싶으니 돌려달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을 정도다.

문학적인 명성이나 영향력에 비해 관련 자료들이 부족했던 마르케스의 유품들이 텍사스대에 보관되는 데 대해 연구자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텍사스대의 라틴문학 전문가인 호세 몬텔롱고는 마르케스가 남긴 자료들에 대해 "자신의 비법을 공개하지 않았던 연금술사의 실험실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르케스의 자료가 보관될 텍사스대의 해리 랜섬 센터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문학자료보관소로 평가된다.

해리 랜섬 센터에는 제임스 조이스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 문호의 자료들도 보관돼 있다.

스티브 에니스 해리 랜섬센터 소장은 "제임스 조이스의 자료와 나란히 마르케스의 유품이 보관된다는 것은 두 사람이 20세기 소설에 미친 영향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어울리는 상황"이라며 "조이스와 마르케스가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콜롬비아 태생으로 쿠바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와의 친분을 쌓는 등 반미(反美) 성향이 짙었던 마르케스의 유품이 미국에 자리를 잡는데 대해 멕시코 작가 오메로 아리드히스는 "이념적으로 아이러니"라면서도 "자료에 대한 보관이나 접근성, 유족들에 대한 보상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한 결정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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