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수능, 합숙출제 그만하고 문제은행 검토해야"

* 대담 :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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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정부가 출제 오류 논란을 빚었던 올 수학능력시험, 영어와 생명과학Ⅱ에 대해서 복수 정답을 인정했습니다. 수능 20년 역사상 2문제 복수정답 인정은 처음이구요, 2년 연속 출제 오류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지만, 이걸로 혼란이 수습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당장 1~2점 차이로 등급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험생들의 혼란이 클 것 같고요, 반복되는 수능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씻고 개편해야 될지 아주 큰 숙제도 안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죠. 대학교육협의회 입학전형실장을 지내신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네, 일단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 어떻게 보세요? 예상된 결과였나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기본적으로 뭐 이번에 영어 25번하고 생명과학Ⅱ 8번 문항 관련된 것은 아마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도 그렇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의 받아들여야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미 복수정답 인정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수험생 성적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꽤 많은 학생들이 영향권 안에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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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 오류 관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기본적으로 이번에 영어시험 출제가 약간 쉽게 되면서 영어 25번 같은 경우에는 복수정답으로 인정돼서 선택한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큰 변화는 없어 보이는데, 그 생명과학Ⅱ는 기본적으로 여기에서는 선택한 학생들이 상당히 고득점자, 상위권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지금 같은 경우에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학생들이 상당히 지금 많이 선택을 한 상태여서, 아마 제가 보기에는 이 표준점수라든지, 등급이나 이런 변화가 3천명, 많게는 4천명 이상까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불이익 당하는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나올 것 같은데요. 애초에 정답을 쓴 학생들도 좀 손해 아닌가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이게 가장 불공평한 부분 같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평가원에서 이미 발표한 정답이 있고, 또 그 관련돼 있는 것을 판단을 해서 선택한 학생들이 있는데, 오히려 정답을 맞힌 학생들이 이번에 불이익을 보게 되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이과계통의 최상위권 학생들 같은 경우에서는 이번에 정답을 맞혀도 그 부분에 대한 것 때문에 점수가 떨어지거나 이런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마 대혼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서 출제 오류는 일단 발생하면 어떻게든 피해를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정말 철저한 출제 관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난해 세계지리에 이어서 또 한 번 오류가 생긴 거잖아요, 왜 이렇게 출제 오류가 잦은 걸까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기본적으로 보면 현재처럼 이렇게 한 달간 모여서 집단으로 합숙을 해서 출제하는 것은 늘 오류를 안고 있다, 어느 때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에도 이제 두 개씩이나 그런 문제가 발생을 해서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왜 그런 건가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기본적으로 보면 이제 한 달 동안 합숙을 하다 보면, 그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이나 관련된 시간이 약간 촉박할 수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한 달간 합숙이라는 것은 외부하고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다양한 문제나 기타 등등의 모든 걸 다 검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관련되어 있는 부분을. 그러다보니까 그런 현상도 발생을 하게 되고, 또 안에서 있다 보면,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어떤 측면에서는 이제 오류를 아주 쉬운, 이번처럼 쉬운 오류도 그냥 넘어가는 그런 경우도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검토과정만 모두 6차례를 거쳤다면서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검토와 관련해 현재 구조를 보면 한 달간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인쇄라든지 배송기간이 한 7~10일 정도 이렇게 빼면 전체적으로 봐서는 한 15~20일 사이 정도가 출제와 검토가 반복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안에 형식상으로는 1차, 2차, 3차, 4차, 5차 뭐 이렇게 다양하게 하긴 하지만 이렇게 안에서 계속 문제를 보다 보면 아주 쉬운 것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게 됩니다. 아마 그런 것들이 이번에 영향을 미쳤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보안 문제 때문이라도 합숙은 좀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현재 우리나라의 수능 구조로 그대로 생각을 해본다면 아마 합숙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어떻게 보면 G10, G8, 이렇게까지 가는 경제대국인데, 전 세계에서 합숙 출제하는 나라는 아마 저희 우리나라뿐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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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 오류 논

▷ 한수진/사회자:

네, 그리고요, 이번에 복수정답 논란을 빚었던 문제, 생명과학Ⅱ 같은 경우에는 이미 오류가 검토과정에서도 지적이 되긴 됐다면서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그 부분이 가장 조금 제가 보니까 더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고요, 지금 보면 검토위원이나 출제위원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대학에 유사한 대학에서 뭐 선후배 사이이거나 또 때에 따라서 스승과 제자 사이거나 이런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까, 안에서 검토위원이 ‘아 이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막 적극적으로 하기가 좀 쉽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이번에 생명과학Ⅱ 관련되어 있는 것도 아마 그런 것들이 안에서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주로 출제는 교수님들이 하시고 검토는 교사들이 하고, 이렇게 되는 건가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기본적으로 현재 구조를 보면 올해 같은 경우는 300여명의 출제위원이 있는데, 그 중간에서 한 70~80% 정도가 교수님들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교사가 출제위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제 검토위원이 약 한 170여명 정도 이번에 들어갔는데 대부분이 교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출제위원이 교수님들이 약간 우위에 있다고 볼 수가 있고, 검토위원들이 뭐라고 이의를 제기해도 좀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마 출제하시는 교수님들이, 저도 교수지만 자존심이 엄청 셀 거거든요. 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 문제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니까 지금 뭐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하는 시간도 사실상 각각 열흘씩 밖에 안 되고, 폐쇄적인 환경이다 보니까 검증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그리고 이런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들 간의 문제도 있는 거고요, 그러네요. 지금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출제위원들은 괜찮은 거냐, 이 분들은 책임 없냐, 이런 문제도 제기되고 있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뭐, 실질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은 출제위원에 있는 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 출제위원 분들은 이 시험을 위해서 일정 부분에서 오셔가지고 이제 선발돼서 출제하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뭐 법률적이나 그런 관련된 책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는 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도 약간 좀 아쉽게 느낀 것은, 출제위원장님은 공개된 출제위원이거든요, 좀 그분이 전체적으로 학생과 학부모한테 좀 사과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사과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씀이시군요. 자꾸만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정부에서도 수능출제 및 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꾸린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이게 아마 뭐 늘 정부에서 보면, 문제가 발생하면 위원회를 만들어서 이렇게 하겠다는 부분을 발표하는 건 아마 전형적인 답변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원회가, 그 이전에 교육부에서 있었던 위원회와 좀 다르게 전반적인 것을 다 검토를 할 수 있는 그런 위원회가 됐으면 훨씬 더 좋은 측면이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에 대한 것은 많은 의구심도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이세요, 가령 어떤 점을 좀 다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신가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기본적으로 보면 이제 수능이 한 22년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22년 동안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었고 또 현재 구조처럼 이렇게, 탐구과목 같은 경우에 지금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이렇게 다양한 과목들이 있는데 이 안에서도 7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 가까이 이렇게 탐구과목이 있습니다. 이 많은 걸 다 관리를 하다보면 수능에서는 제가 보기에는 오류는 뭐 피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수능이 과연 어떤 형태로 운영이 됐는지, 또 수능이라고 하는 게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될지, 이런 것들을 좀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논의를 하는 그런 위원회가 된다고 하면 아마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교수님, 교총에서는 수능을 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자, 이런 주장을 내놓았잖아요. 지금 아예 뭐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자, 이런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대안이 된다고 보세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뭐 의견이나 안으로 제시할 수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입 구조나 이런 상황에서 놓고 봐서는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뭐 어떤 측면에서 수능이 어떻게 가야될지, 어떤 방향으로 되어야 될지, 이런 부분을 포함해서 대입 관련되어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졌다면 가능할 부분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초학력평가라든지 자격 고사는 너무 좀 이르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시점상 좀 이르다, 하는 말씀이시고요. EBS연계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이것도 좀 다시 짚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견 많네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아마 많은 분들이 너무 EBS 때문에 문제다, 또 EBS만 돈만 버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들 상당히 많이 하시는데요. 아마 그 일정 부분에는 맞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EBS연계 자체에 대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고요. 어떻게 보면 EBS교재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문항이고, 그 안에서 질 좋은 문항들이 수능에서 반영될 수 있다고 하면 그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EBS연계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좋은 EBS의 문항이 있고, 그거를 수능에서 반영을 할까, 이 연계하는 방식에 대한 것을 좀 진지하게 검토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미국 대입시험처럼 수능을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를 하면 어떨까요?

▶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네, 제가 보기에는 그 지금과 같은 집단 합숙을 한 달 동안 하는 그런 출제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지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미국이나 외국처럼 문제은행 방식으로 좀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수능이라고 하는 부분이 갈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좀 열린 상태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앞으로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기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니까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보다 좀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양정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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