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와의 전쟁 바쁜데…부패에 발목잡힌 이라크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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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10년간 이라크 군대의 훈련과 군사장비 보급 등에 약 250억달러(28조원 가량)를 쏟아부었다.

물론 이라크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올해 초 이라크 군과 경찰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패퇴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는데, 이는 부패한 간부들이 군경을 철저하게 망쳐놨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정부군을 신규 지원의 유일한 통로로 삼았다.

IS와 싸우는 부족집단에도 정부군을 통해서만 자금과 무기를 공급했다.

미 국방부는 2015년도 예산안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부족집단에 지원할 무기 자금으로 각각 13억달러와 2천410만달러를 배정해 둔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 정부군에 공급된 무기 일부는 이미 암시장에 나오거나 IS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게 이라크 의원과 군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안바르주의 수니파 지도자이자 보안군 지휘관인 샤반 알-오베이디 대령은 "정부군은 완전히 썩었기 때문에 단 하나의 무기도 줘서는 안 된다고 미국측에 얘기했다. 그랬다가는 모든 무기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부나 의회 당국자들에 따르면 군경에서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인건비를 뻥튀기한 뒤 착복하는 고질적인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간부들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명부에 올려서 월급을 챙기거나, 아니면 특정인의 명의만 빌려 월급을 타낸 뒤 이를 나누기도 한다.

탐욕에 눈이 먼 지휘관들에 의해 보급품의 일부가 중간에서 '실종'되거나 값싼 제품으로 바꿔치기 되는 경우도 있다.

오베이디 대령은 "지휘관이 실탄 100발씩을 나눠줘야 할 병사들에게 50발만 주고 나머지를 시장에 내다파는 식"이라고 개탄했다.

수니파 부족 지도자들은 미국에 병사의 월급과 무기를 직접 달라고 요구한다.

시아파 위주의 정부군을 근본적으로 불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카에다와 전쟁 때에는 미국의 지원을 직접 받기도 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부족집단 간의 직접적인 거래가 주권 침해이자 종파간 분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반대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미군 관계자들은 정부군의 부패나 부족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등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군사고문관은 "부패 척결은 고문관의 역할이 아니다"면서 "게다가 우리가 있다고 해서 부패가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NYT는 이라크 장군 가운데 병사들의 가축 사료를 팔아먹거나 근무중 상습적인 음주로 악명이 높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정부군의 부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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