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심판' 증거 놓고 법무부·헌법학자 견해차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에서 법무부가 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내부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한 헌법학자는 이 문건을 정당해산사유로 볼 수 없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17차 공개변론에서 '주체의 한국사회변혁운동론'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문건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2011년 5월 민노당 간부 주모씨로부터 압수한 것이다.

북한의 정치사상인 '선군사상'을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지도이념으로 규정한 이 문건은 북한과 무관하게 자생적으로 발전한 정당이라는 진보당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진보당 강령 서문에는 "민중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이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법무부는 이 문장이 "자주적 민주정권은 절대 다수 민중에게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참다운 정권"이라는 민노당 문건 내용과 일치하고, "주권은 노동자, 농민, 근로 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는 북한 헌법 4조와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또 비핵·평화체제와 연동된 주한미군 철수, 자주적 평화통일, 현 체제 부정과 새로운 국가 건설 등의 내용이 진보당 당헌·강령과 민노당 문건에 모두 나타나 있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헌법학자인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방어적 민주주의와 위헌정당 해산심판제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진보당 강령과 민노당 문건을 비교·분석한 이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와 민중주권주의라는 진보당의 목적이 우리 헌법에서 위헌정당 해산사유로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정치용어일 뿐"이라며 "민중주권주의를 민중만이 독재적 지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파악하는 것은 법무부의 곡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오히려 "취약·소외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진보당 강령은 우리 헌법 이념에 부합한다"며 "법무부가 가설에 불과한 것을 진실처럼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