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철거되는 서울광장 분향소서 합동분향

"너희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게"…서울시, 실내 추모공간 마련
박원순 "중앙정부서 추모공간 안 만들면 서울시에서 마련하겠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합동분향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십시오" 21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딸과 아들,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유민아빠' 김영오씨 등 유가족 20여 명은 가족을 먼저 보냈다는 슬픔에 눈물을 훔치며 헌화와 묵념, 분향을 이어갔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35만 명의 시민이 다녀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가 이날 밤 철거됨에 따라 마지막으로 분향 현장을 찾았다.

이날 합동분향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종석 정무부시장 등 서울시 간부들도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마지막 인사를 마친 유가족들은 박 시장의 안내로 분향소 바로 옆 서울도서관 3층에 마련된 '4·16 세월호참사 기억공간'을 찾았다.

서울시가 조성한 이 추모공간은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러 왔다가 남긴 기록물과 사진, 일러스트, 모형 등으로 꾸며졌다.

안산과 인천, 서울 등지에서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고 승선하는 희생자들의 모습과 푸른 바다 위에서 배가 침몰하는 모습, 이후 모든 것을 삼키고 고요해진 바다가 일러스트로 표현됐다.

유가족들은 추모와 소망의 메시지를 담은 8천 장의 메모지와 1만 5천 개의 노란 리본 앞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개를 떨궜다.

유가족 안내를 맡은 박 시장은 "세월호 희생자를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4·16 세월호참사 기억공간'을 마련했다"며 "세월호 사건은 일시적인 기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나 안산시에서 제대로 된 추모공간을 만들면 여기 모아놓은 추모 사연이나 전시물을 그쪽으로 인계하고 그게 안 되면 서울시 자체적으로 박물관 등 기념공간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못다 이룬 꿈을 위로하는 '추모의 벽' 앞에서 딸과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작은 탁자에 모여 앉아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 모양 메모지에 글을 쓰던 유가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눈물을 쏟아냈다.

단원고 2학년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아이가 불쌍하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는 여기에 있고, 부모는 아이를 추모하고 있는 상황이 기가 막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추모의 벽에는 "우리 막내, 우리 애기 엄마가 만나러 갈 때까지 친구들과 행복하게 편히 쉬고 있어. 영원히 사랑해", "사랑한다. 너희들은 영원한 엄마, 아빠의 아들, 딸이었단다. 부모로서 영원히 잊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갈게"라고 적힌 메모지가 빼곡히 들어찼다.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은 "저희의 바람은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다.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바뀌어야 한다. 저희와 같은 아픔을 겪는 국민은 다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추모공간을 떠나며 박 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와 시민에게 "그간 분향소를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추모의 공간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