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현대중공업그룹, 상장주식 내다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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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려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잇따라 보유 상장사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아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은 앞으로 매도 가능한 상장사 주식 추가 처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금융투자업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그룹 소속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어제(19일) 장 마감 후 보유하던 KCC 주식 80만3천주(7,36%)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4천368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처분 가격은 어제 종가에 3.9∼6.8%의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50만7천원에서 52만3천원 수준입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어제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보유하던 2천864억5천200만원 규모의 포스코 주식 87만2천주(1%) 전량을 처분했습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미포조선과 포스코가 2007년 4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맺은 상호지분 보유협약(백기사 협약)은 사실상 해소됐습니다.

당시 두 회사는 적대적인 M&A 시도가 있을 때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당시 포스코 지분 1%(87만2천주)를 3천487억원에 사들였다가 이번에 팔았지만,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지분 1.9%(148만주)를 갖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이번 주식 매각에 대해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은 대규모 적자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면서 일부 채권은행이 여신 회수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개별 기준으로 올해 3분기에 현대중공업 1조500억원, 삼호중공업 2천656억원, 현대미포조선 6천64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도 현대미포조선 1천43%, 현대중공업 228%, 삼호중공업 197%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실적 부진을 반영해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 '부정적'을 유지했습니다.

등급은 현대중공업이 'AA+'에서 'AA'로,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AA'에서 'AA-'로 한 단계씩 낮아졌습니다.

이처럼 신용등급이 내려가자 A채권은행은 여신 일부를 회수했고 나머지 주요 채권은행도 대출 한도가 대다수 소진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추가로 보유 상장사 주식 처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 3개 계열사는 현재 모두 3조1천억원을 웃도는 매도 가능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3분기 감사보고서상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현대차(440만주, 7천400억원), 기아차(8만8천주, 4천900억원), 현대엘리비에이터(21만7천주, 129억원), 현대상선(2천300여만주, 6천400억원) 등으로 모두 1조4천억원에 이릅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226만5천주, 3천800억원)와 현대상선(1천만주, 2천880억원), 포스코(130만8천주, 3천800억원) 등의 주식을 1조5천억원어치 갖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KCC(39만7천주, 2천300억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연결기준으로 3분기만 1조9천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그룹 측에선 이번 기회에 보유 주식을 팔아 현금흐름을 양호하게 개선해 부채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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