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주춤…아프리카·아메리카산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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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영업적자로 한 푼이 아쉬운 처지인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처 다변화 노력에 박차를 가해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분석한 1∼3분기 원유 수입 현황에 따르면 업계가 전반적으로 원유 도입량을 줄인 가운데 중동산 경질유 비중이 줄고, 가격이 저렴한 아프리카·아메리카산 초중질유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입니다.

정유 4사의 1∼3분기 원유 도입량은 작년 6억5천370만9천 배럴에서 올해 6억1천859만3천 배럴로 5.4% 감소했습니다.

국제유가가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락해 재고를 확보할수록 손해가 커지고,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시황이 악화해 설비 가동률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는 업계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동산이 5억7천109만7천 배럴에서 5억3천302만 배럴로 6.7% 감소했습니다.

특히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단일 국가로 원유 수출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산 도입을 각각 17.9%와 16.2% 줄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와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이 가격을 내려 사우디의 원유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면서 "사우디도 7월부터 원유 판매가격(OSP)을 인하했지만 경쟁국들의 인하폭에는 못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내전으로 이라크산을 사우디산으로 대체한 GS칼텍스와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를 대주주로 두고 원유 장기도입계약을 한 에쓰오일은 사우디산 도입량을 각각 6.0%와 3.6% 늘렸습니다.

업계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중동산 감소분을 충당해 아프리카산 도입량이 215만4천 배럴에서 925만6천 배럴로 329.7% 급증했고, 작년 도입 실적이 '제로'였던 아메리카산은 538만4천 배럴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SK에너지는 아프리카산, 현대오일뱅크는 아메리카산 수입을 늘렸고, GS칼텍스는 중동을 제외한 전 지역(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유럽)에서 도입량을 확대해 다변화를 추진했습니다.

남미·아프리카 등지에서 주로 생산되는 초중질유는 중동산 경질유와 달리 유황이나 암염 등 불순물이 다량 포함돼 정제 과정을 거쳐도 아스팔트처럼 경제성이 낮은 부산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경질유·중질유간 가격 차가 벌어지고, 업계는 정제마진 악화와 유가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초중질유로까지 눈길을 돌린 셈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스팔트를 투입해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DCU)에 선 투자한 덕분에 저렴한 초중질유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초중질유를 쓰면 중동산 경질유보다 최종 마진이 배럴당 1∼2달러 더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산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습니다.

GS칼텍스가 미국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첫 수출 물량 40만 배럴을 들여온 데 이어 SK에너지도 400만 배럴을 수입해 투입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산은 경질유 중심으로 세팅된 국내 설비에 부담을 주지 않고, 향후 '원유 수출 금지' 빗장이 풀려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람코와의 특수 관계로 도입처 변경이 쉽지 않은 에쓰오일마저 올해 카타르산 콘덴세이트와 영국산(브렌트유) 도입량을 확대하는 등 다변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는 감소한 반면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과 러시아·영국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이 증가해 점차 중동 위주의 과점 구조가 깨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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