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수요집회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만나

'진실 규명' 한 목소리…"아이들 영혼 나비처럼 훨훨"


"오로지 진실을 원하는 부모들의 심정으로 여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염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제 1천153차 수요집회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만났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주관으로 열린 이 집회에는 사회를 맡은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 등 유가족 4명,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시민 등 2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모자와 장갑, 담요로 무장하고 자리를 지키는 할머니들의 가슴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의 큼지막한 노란색 리본이 달려있었다.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학생들과 극단 '고래'가 준비한 합창을 듣던 도중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일일이 포옹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뜻하는 나비 배지를 가슴에 달아줬다.

김복동 할머니는 "힘내세요"라면서 "아이들 영혼도 이제 마음 놓고 나비 처럼 훨훨 날아갈겁니다"라고 말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시민들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 이수빈 군 어머니 박순미(39)씨는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힘을 드리러 왔는데 우리도 위로와 힘을 받았다"며 "7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오신 할머니들의 굳은 의지와 정신을 본받고 간다"고 말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은 마침 제1천112차 집회가 열리던 수요일이었다"며 "우리 모두 참사의 책임이 사회 전체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성실씨는 "두 달 넘게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국민 간담회를 하는데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많이들 물어본다"며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해 나중에 아이들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일본 민주의료인연합회 활동가 무토 히로아키도 이날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는 침략전쟁과 위안부 범죄를 사죄하고 일본인들은 과거를 정확히 인식해야한다"며 "일본이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평화헌법을 지켜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 등 정대협 관계자들은 23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리고, 수요일인 26일 오후 7시(현지시간)에는 에펠탑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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