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우리만 할 수 있는 음악해…최고로 뿌듯"

정규 3집 '3.0' 19일 발매


"음악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우리가 제일 잘하고 아무도 못 따라하는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치기 어린 사운드일 수도 있지만, 십센치에 딱 맞는 음악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권정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3집 발매 쇼케이스에서 밴드 십센치(10㎝, 권정열·윤철종)는 "우리가 지닌 결핍과 갈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밴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정열은 "다른 어쿠스틱 음악은 보통 아름답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문득 주변을 보니 저희와 같은 음악이 없더라. 그렇다면 우리가 '짱'이라는 얘기인데…(웃음)"라며 "우리의 현재를 충실하게 담은 최고의 앨범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십센치만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1, 2집을 돌아보니 좋기는 한데 전체적으로는 재미가 없더라"면서 "이번에는 많이 즐겼다. 앨범에 대한 뿌듯함과 자존심이 어느 앨범보다 크다"라고 자신감도 보였다.

2집 이후 2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에는 모두 10곡이 수록됐다. 지나간 사랑을 덤덤히 돌아보는 타이틀곡 '그리워라', 간드러지는 사랑 노래 '쓰담쓰담', 정통 록 스타일의 '담배왕 스모킹', 애절한 포크 발라드 '스토커'까지 십센치만의 색이 더욱 짙어졌다. 코러스와 기타 연주에서 윤철종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윤철종은 "어쿠스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드럼이 아예 없다"면서 "다른 가벼운 변화를 꼽자면 소속사가 생기면서 '케어'가 돼서인지 저희 외모도 바뀐 것 같다(웃음)"라고 변화를 짚었다.

멤버들은 권정열이 20~30대 여성팬을 담당하고, 윤철종이 남성 기타리스트 팬을 담당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타이틀곡은 십센치의 노래 가운데 드물게 전체 대중을 목표로 하는 곡이다. 권정열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고 돌아봤다.

권정열은 수록곡 가운데 '스토커'를, 윤철종은 '짝사랑'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았다. 공교롭게도 둘 다 마음 아픈 사랑의 감정을 주제로 하는 곡이다.

"제가 당시 자기 비하를 심하게 할 만큼 고통스러운 짝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스토커'는 가사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쓴 모든 노래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노래입니다."(권정열)

윤철종은 "나는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이 있으면 좋다. 그게 '짝사랑'이다"라며 "유일하게 통기타 연주만으로 반주가 이뤄진 곡이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권정열은 '담배왕 스모킹'에 대해 "십센치 초기 만든 곡인데 앨범에 적격인 듯해 편곡해 담았다. 담뱃값 인상 소식을 듣고 수록을 결정했다(웃음)"며 "예전에 록음악을 하다가 록음악에 소질이 없고 어쿠스틱에 재능이 있어서 십센치가 됐다. (록에) 못 푼 한을 어쿠스틱 악기로 풀어봤다"고 설명했다.

앨범의 첫 곡인 '3집에 대한 부담감'은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앨범 발매를 앞둔 뮤지션의 부담감을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대충대충 넘어가면 안될까요/ 스리슬쩍 묻어가면 안될까요'라고 애교를 섞어 묻는 목소리가 밉지 않다.

권정열은 "십센치가 그동안 다 드러내지 않은 솔직한 음악에 대한 진심, 성공에 대한 욕망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노래"라며 "한국 가요계 가사 역사에 혁신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자부심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십센치의 음악은 은근히 야한 것이 매력이다. 아예 성인만을 위한 '19금' 음반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많이 나올 정도다.

"사실 대중이 좋아하는 가사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나오는 대로 쓰는 편이죠. 어른스러운 가사가 많은 것은 저희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생각하는 것을 가사에 담는데 머릿속의 95%가 야한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런 부분을 어필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 음악의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권정열)

그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앨범은 솔직히 아쉽다. 내 머릿속이 야하지 생활은 건전한데, 경험적인 소스가 떨어져서인지 야한 가사가 잘 안나온다"라고 자평했다.

현재 음원 차트는 유희열(토이)이 발표한 '다 카포'가 지배하는 상태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유희열)와 아들(십센치)의 인연을 맺었다는 밴드는 장난스럽게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권정열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래도 되는 건가. 앨범이 너무 좋더라. 아버지가 1위를 하고 아들이 2위하는 그림이면 너무 아름답지 않을까"라고 욕심을 드러내자, 윤철종이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도 있다"라며 한술 더 떴다.

"앨범 콘셉트를 정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하려면 어느 정도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걱정 없이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더라고요."(윤철종)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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