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대기업 제품의 비판 댓글은 명예훼손?"

* 대담 : SBS 보도국 경제부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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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물건을 살 때 요즘은 다른 소비자가 작성한 제품 후기 많이 참고들 하시죠. 그런데 막상 검색을 해봐도 이게 후기인지 광고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칭찬 일색인 경우가 허다한데요. 이게 다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SBS 보도국 경제부 김종원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종원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사실 뭐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데, 블로거들에게 돈 주고 광고성 후기 남기는 경우 많이들 있다고 하죠. 이것을 조금 고상한 말로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이런다면서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어려운 말이죠.

▷ 한수진/사회자:

입소문 마케팅,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요즘 이런 이유들로 광고를 이렇게 저렇게 많이들 해요, 블로그를 통해서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그렇죠, 이게 사실 효과가 더 있다, 라는 거죠. 광고라는 건 사람들이, ‘광고다.’, 하고 보는데 마치 후기인 것처럼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이, 나랑 똑같은 입장의 소비자가 쓴 거구나.’, 해서 보게 되는데요. 이렇게 광고성 글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단점을 지적한 글은 귀신같이 찾아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이렇게 일종의 협박이라면 협박일 수 있는 거죠. 작성자의 글을 차단을 시켜버리는 사례가 굉장히 허다하더라고요. 이러다보니까 광고 글은 권장이 되고 단점을 지적한 글은 이런 식으로 하나 둘 차단이 되다보니까, 비율이 맞지 않게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사례들이 좀 있다면서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네, 그렇습니다. 찾아보니까, 사실 이런 식으로 차단이 되면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차단이 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너무 억울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명예훼손이냐.’, 그렇게 밖으로 알리신 분들의 사례만 해도 저희가 찾은 게 수십 건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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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캡쳐_640

얼마나 많은지는 사실은 다 알 수도 없는 정도인데, 그 중 시간 관계상 한 두 개만 소개해드리면 대기업에서 만든 세탁기인데, 이 사람 같은 경우는 산 지 10개월, 1년 도 안 됐는데 옷만 빨았다, 하면 먼지가 묻어나오더라는 거죠.

그래서 AS기사가 와서 뜯어봤더니, 부품 여기저기에 옷에서 나온 먼지들이 가득히 붙어 있는 게, 먼지를 밖으로 전혀 배출을 해내지 못하고 또 그 먼지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 소비자가 상세하게 AS기사가 뜯어놓은 부품 사진을 상세하게 찍어가지고 길게, 본인이 느낀 그대로의 후기를 남겼어요.

그런데 이걸 올린 지 한 20일 만에, 굉장히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이 문제는, 이 기업의 이 세탁기는 다른 TV 방송에서도,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나올 정도로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많았어서 이 블로그 후기에 굉장히 공감들을 많이 했는데 한 20일 만에 대기업 쪽에서 차단을 시켜가지고 작성자와의 논의조차 전혀 없이 차단이 된 사례가 하나 있었고요.

그리고 치킨을 시켰는데 치킨 상자 한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서 왔더랍니다. ‘그냥 구멍이겠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쿠폰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점포 업주가 자기 마음대로 쿠폰을 뜯어내고, 몰래, 그러고 보낸 거죠.

▷ 한수진/사회자:

업주(웃음), 점주가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얼마나 화가 나요. 당연히 이 사람도, ‘체인점관리 제대로 안 하냐.’, 이런 식으로 해당 체인점은 그렇게 장사하지 마라, 이런 후기를 남겼는데, 이거 역시 체인점 본사가 직접 나서서 차단을 시켜버렸단 말이죠. 이 외에도 상당히 많았는데 이 정도 사례가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나 같이 다, ‘이렇게 하면 명예훼손이다.’, 이렇게 협박 같이 한다는 거죠.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차단 사유 : 명예 훼손’, 이런 식으로.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어떤가요, 정말 이게 명예훼손에 해당이 되는 건가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그래서 저희가 변호사들을 직접 만나서 꼼꼼히 법리검토를 해봤습니다. 저희가 가져갔던 사례가 4가지이었는데, 먼저 말씀드린 세탁기 같은 경우는 글을 보면 굉장히 객관적인 분석이 있고요, 제가 봤을 때는 AS기사 쪽에게 들어서 쓴 것 같은데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나 사기 당했다, 다시는 이 쪽 제품 사지 말자.’, 이런 약간 감정 섞인 표현, 격한 표현도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화가 나면 그럴 수도 있죠.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표현이 한 두 줄 정도는 문제가 될 수 는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명예 훼손이 아니다.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치킨집의 경우도 이었는데, 요 경우도 명예훼손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판단을 해주었거든요, 변호사들은. 이유는 사실 그렇습니다, 이게 개인에 대한 글이 아니라 자기의 직접 써본 제품의 후기이기 때문에, 일단 첫째 직접 써봤다는 점이 인정이 되고요.

두 번째는 공익에 기여를 한다는 것이죠. 명예훼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방의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표현이 조금거친 표현이 있고 그 다음에 중요한 것, 나중에 알고 보니 좀 틀린 내용이 있더라, 하더라도 목적 자체가 비방의 목적이 없었고, 제품 후기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런 취지가 강해서 실제 대법원 판례도 그렇고 명예훼손으로 가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가 않다는 겁니다.

좀 관대하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웬만한 제품 후기의 경우는 명예훼손에 걸릴 경우가 별로 없고요. 다만, 글을 갖다가 이상하게 여기저기, 마치 말 그대로 비방의 목적이 눈에 보일정도로 막 퍼다 날랐다, 이러면 이건 약간 위험할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큰 문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게 터무니없는 비난이 아니라 어떤 근거를 갖고 공익의 목적으로 썼을 경우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만약에 내가 쓴 제품후기가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쓴 글이라서 나중에 보니까 틀린 부분이 많더라,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럼.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이게 사실 제일 관건이거든요. 허위사실이 되는 게 아니냐? 이런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알고 보면 솔직히 소비자가, 앞에 세탁기도 말씀드리고 했는데 부품의 구조 이런 것까지 알 수는 절대 없는 거거든요. 말 그대로 자기가 써본 느낌을 남기는 게 대부분의 후기인데. 그런데 이걸 나중에 알고 보니 틀리면 명예훼손이다, 이렇게 해버리면 사실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기 전에는 후기 쓰지 마라, 이런 소리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이 사실 인정이 되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정말 사실과도 맞지 않고 이 사람이 좀 너무 주관적인 판단에서 잘못 알고 있더라, 이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이 사람은 소비자로서 직접 써봤을 때 느낀 감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요런 예외가 좀 적용이 되는 것이죠. 아무리 틀린 거였다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걸리는 일은 없다, 이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찌됐건 법적으로 보면, 소비자의 권리 쪽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대법원 판례도 그런 식으로 이미 나와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대법원 판례도 있고요. 그러면 지금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왜 기업들은 그렇게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글을 함부로 차단하게 하는 거고 글을 내리도록 하는 걸까요, 이게 문제가 없는데 말이죠.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이게 기업이, 그 부분은 따져봐야 될 것 같아요. 진짜 명예훼손 소송을 걸 생각이 있어서 글을 차단 시켰느냐, 이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대기업이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후기 좀 남겼다고 명예훼손까지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단 말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글을 차단을 시킨다는 말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으름장을 놓은 거예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그렇죠. 으름장을 놓는다, 요렇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법 자체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터넷에 올라올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 작성자의 동의 없이, 이게 진짜 명예훼손이다, 아니다, 판단이 서기 전에 당사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무조건 글을 임시로 차단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다보니까 작성자는 내 글이 차단이 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게 저 쪽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무조건 차단이 되는 것이죠. 이 기한이 30일 이거든요. 이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기업들이.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인터뷰 한 어떤 변호사는, 기업이 일단 글이 확산되는 걸, 첫째 막기 위해서. 두 번째 한번 이런 식으로 명예훼손을 대기업이 딱 개인한테, 으름장을 놓는다는 표현을 제가 쓰겠는데, 하면은, 솔직히 개인입장에서는 덜컥하죠. 실제로 제가 이번에 인터뷰를 한 명도 못 했어요. ‘괜히 인터뷰했다가 진짜 명예훼손 당하는 것 아니냐?’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공식적인 인터뷰 못 했다는 거죠. 전화로는, ‘사실 다 맞다. 그런데 인터뷰는 할 수 없다.’, 라는 거죠.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네, 왜냐하면, 그랬다가 진짜 걸리면 어떻게, 이런 거였거든요. 그만큼 이게 개인한테 큰 부담이 오니까, 다음에 또 이런 글을 남길 때 주저가 되는데 이런 걸 노리는 게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데요. 개인 블로그 글까지 차단 요청 한다는 것,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글들 다 꿰뚫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 김종원 기자 / SBS 보도국 경제부:

그렇죠,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취재를 하다보니까 이거를 본인들이 직접 하지는 않더라고요. 워낙에 요즘 모바일, 인터넷, SNS 발달하다보니까, 고상한 단어로 하면 ‘모니터링 업체’, 무섭게 말하면, ‘감시 업체’가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이것만 해주는 곳입니다. 의뢰를 받으면 그 기업에 대한 글을 샅샅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검색을 해서 조금이라도 이미지에 해가 된다 싶으면 차단 요청을 직접 자기들이 하고 하는데, 이게 정부에서는, 새로운 직종이다, 해가지고 권장을 한다고 하고 있는데, 뭐, 다 좋습니다. 인터넷 때문에 상처받는 분들 많으니까 다 좋은데 문제는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거거든요.

한 건 의뢰하는데 1천만 원이 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사실 이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보니까. 결국은 돈 있는 대기업들만 어떤 이미지 세탁, 이런 게 유리해지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SBS 보도국 경제부 김종원 기자였습니다.

[2014년 11월 16일 8뉴스]
단점 올렸더니 "명예훼손"…고객 입 틀어막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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