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스가 인도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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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기 티켓도 없이 몸을 실은 인도행 비행기 안에서 필자는 기대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의문만 가득했다. 인도 코치에 도착해 고아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행기 안에서 경기를 보려했던 FC 고아 선수단을 만났고, 특히 그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스날의 전설 로베르트 피레스를 만난 것이다. 꿈 같은 만남에 이어 인터뷰까지, 값진 여행담의 일부를 글로 풀었다.

ISL프로젝트를 위해 인도행…”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인터뷰] “한국 방문? 초대해 준다면 가겠다.”

로베르트 피레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2003~04 시즌 무패우승 일원이자 ‘아트사커’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한 기둥이었던 축구 선수다.

피레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 그리고 2001년 컨페데레이션스컵에서 연달아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그는 유로2000 결승 이탈리아와의 경기 연장전에서 다비드 트레제게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했다. 또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파비앙 바르테즈 등 핵심 선수들이 빠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골든 볼과 골든 부트를 동시에 석권하며 최고 레벨의 기량을 선보였다.

3년 전 아스톤 빌라와의 계약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가졌던 피레스가 인도로 향했다. 한국 나이로 올해 42세가 된 중년의 축구 전설이 인도로 향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11일 SBS 스포츠는 인도 현지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인도에서의 새로운 삶, 그리고 축구에 대한 피레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만나서 반갑다. 인도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피레스(이하 P): 아주 좋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인도 전체가 마음에 든다. 내게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Q.

인도와 프랑스 생활에 특별한 차이점이 있나? 삶과 축구 둘 다에서 말이다.

P : 생활이 많이 다르다. 인도는 모든 면에서 (내가 선수생활을 했던)프랑스, 영국, 스페인과 다르다. 하지만 그 점이 좋다. 인도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점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지내는 것은 아주 좋다. 축구에 있어서도 아주 다르다.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같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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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스2

Q.

인도 음식은 어떤가? 입에 맞나?

A: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Q.커리는 어땠나?’

인도 커리?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먹어야 할텐데 말이다. 항상 다른 나라에 가면,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본다. 그게 일반적인 것 아닌가.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된다면, 한국 음식을 먹어볼 것이다.

Q.

유럽에서 인도는 먼 곳이다. 가족들은 인도로 온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P : 내 아내와 아이들 말인가? 아내가 "축구를 하고 싶고,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경험 삼아 인도로 가보세요."라고 내게 말해줬다. 내 가족들이 2주 전에 여기에 방문했었다. 나처럼 아이들과 아내도 인도가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경험인 것 같다.

Q.

인도의 축구열기를 설명 해준다면?

P : 인도는 내게 축구하기 좋은 나라다. 일반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 (특히 스포츠는) 보통은 크리켓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도 사람들이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와 맨유, 아스날, 리버풀, 첼시 등의 팀을 특히 좋아한다.

(*FC고아의 공동 구단주 비랏 코힐(virat kohil)은 로얄 첼린저스 벵글로르에서 크리켓 타자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으며, 고아의 홍보모델로 활동 중이다. 고아의 많은 곳에서 코힐과 FC 고아 선수들의 광고지를 볼 수 있다.)

Q.

당신의 팀, FC 고아를 설명해달라.

P : 지금 우리 팀은 리그 테이블에서 최하위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아직 리그가 끝나려면 7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어떻게 순위를 마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생각엔 최근들어 고아는 좋아지고 있다. 고아에는 용, 로메오, 망가처럼 실력이 좋은 인도 선수들이 있다. 팀 전체적으로 연령이 다소 젊지만,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고아, 인도 그리고 인도 국가대표팀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 특히 인도 선수들은 좀 더 실력을 높여야 한다. 아직 인도에서 (축구가) 교육이 안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아스톤 빌라를 떠나 축구를 쉰 지 3년이 지났다. 다시 선수로서 인도로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P : ISL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ISL는 인도슈퍼리그를(Indian Super League) 말한다.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프로젝트이다. 나 개인을 위해서 (인도에 온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축구로써 나는 모든 것을 증명해 보였고, 인도 사람들과 인도 선수들에게 배움을 주고,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가 ISL프로젝트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크게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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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쉬는 동안 자선경기를 꽤 참여했다. 한국에 방문할 계획은 없나?

P : 한국에서도 자선경기를 하나? 나는 자유로운 몸이니, 한국에 갈 수 있다. 2년 전, 자선 경기를 뛰어본 적이 있다. 두바이에서였다. 그러니 언제든 자선경기가 필요하면 불러달라. 하지만 초대장을 보내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이다(웃음). 내게 줄 초대장이 있나?

‘Q.정말 초대해도 되나?’

당연히 나를 자선경기에 초청할 수 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초대해 준다면 가겠다. 한국에도 아스날 팬이 많이 있나?

Q.

선수 생활이 얼마나 남지 않은 것 같다. 언제쯤 은퇴할 것인가?

P : 나의 마지막? 지금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흔 한살인 나에겐 당연한 일이다.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 가끔 한계가 오고, 회복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인도 슈퍼 리그는 3달 동안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또, 3~4일에 한번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20살 청년들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이제 나는 경기 사이사이에 체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Q.

은퇴 후 계획은?

P : 나는 런던에 살지만 프랑스 방송국에서 챔피언스리그 관련해 일(해설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코치로 활동할지도 모르겠다.

‘Q.하이버리에 아파트 있지 않나?’

맞다. 나는 하이버리에 아파트(flat)가 있다. 당신 기억력이 매우 좋다!(하하)

Q.

벵거 감독은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하며 최근들어 큰 비판에 직면해있다. 당신의 생각은어떤가?

P : 벵거 감독? 매년, 매시즌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비판을 쏟아낸다. 기자들은 아르센 벵거를 비판하기 좋아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감독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돈을 많이 썼지 않은가. 1년 전 그는 큰 돈으로 메수트 외질을 영입했다. 이번 시즌 그는 알렉시스 산체스, 체임버스, 웰백을 데려오는데 돈을 많이 썼다. 실제로 피치에 나서게 되면, (이론과 현실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스날의 문제는 오직 벵거 감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벵거 감독과 선수들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It's not only Wenger, maybe it's Wenger 'and the players'. not Wenger, not only Wenger.) 축구에서는 팀이 지게 되면 사람들은 늘 감독 탓을 한다. 그러니 감독이라는 직업은 아주 힘든 일이다.

Q.

아스날로 복귀할 계획이 있나?

P : 물론 있다. 나는 (지금도) 아스날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여러 지역으로 출장을 많이 가는데, 특히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갔었다. 클럽에 있어, 전설적인 선수들을 팬들에게 보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팬들을 만나는 건 나, 우리 모두, 그리고 아스날에 흥미로운 경험이다. 프레디 융베리, 레이 팔러, 로렌, 마틴 키언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아스날은 아르센 벵거, 밥 윌슨, 리암 브레디도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Q.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P : 먼 곳까지 와줘서 내가 더 감사하다. 또 보자.

피레스는 지난 13일 자와할랄 네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 슈퍼리그 8라운드 델리 디나모 FC와 FC 고아 경기서 그의 리그 첫 골을 페널티 킥으로 신고했다. 고아는 4-1로 델리를 누르고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취재, 글: 임정빈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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