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사들 '촌지 거부 서약' 반발…"인격 모독"


의료 개혁을 추진 중인 중국 정부가 자국 의사들에게 환자를 받을 때마다 '촌지 거부 서약서'를 쓰도록 의무화했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겉돌고 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7일 보도했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전국의 2급(지역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입원 24시간 이내에 담당 의사와 촌지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함께 작성하도록 했다.

중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의사와 환자 간 갈등이 의료행위를 둘러싼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규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상당수 병원은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으며 의사들은 '인격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 영웅'으로 불리는 의료분야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도 최근 공개 강연에서 "촌지 거부 서약서를 인정할 수 없으며 본인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가열됐다.

중 원사는 "의사에게 이런 서약서를 쓰게 하면 일반인들은 의사들을 보편적으로 촌지를 받는 집단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만연한 촌지 수수 관행을 없애려면 정부가 근무 지역에 따라 평균 3~4배에 달하는 의사들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병원은 절대다수가 정부 지원금을 기초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이지만 점차 공익성이 약해지고 영리를 추구하면서 과도한 의료비 청구과 약품 판매 등으로 환자와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병원장은 "전반적으로 중국 의사들의 수입이 너무 적은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의사들이 체면이 서는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촌지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의료인 포럼인 딩샹위안(丁香園)이 지난해 전국의 의사 2만 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수도 베이징 의사들의 평균 연 수입이 10만 위안(1천800만 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낙후한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허난(河南)성 등 중서부 지역 의사들의 연 수입은 5만 위안(9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공립병원이 90%를 점유한 자국 의료시장에 대해 외국자본과 인력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의료 분야의 시장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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