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제재 '운항정지 vs 과징금' 팽팽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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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와 관련해 14일 샌프란시스코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은 15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과 이미지 훼손 등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국토교통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1시간 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운항정지만은 피하게 해달라며 과징금 처분을 호소했지만 결국 운항정지라는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운항정지냐 과징금이냐'는 항공업계에서 큰 관심사였다.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대한항공까지 가세한 여론전은 지나치다는 비난을 불러올 정도였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 기류는 몇달전부터 운항정지 쪽에 무게가 쏠려 있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항공사고나 안전규정 위반 시 운항정지 위주의 강력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국토부는 2개월 뒤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사이판 노선 안전규정 위반에 대해 7일간 노선 운항정지 처분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심의를 거쳐 운항정지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런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나 과징금을 부과하면 액수가 너무 적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2000년 이후 외국에서는 정부가 항공사를 운항정지 처분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주장도 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메리카항공이 2001년 조종사 과실로 265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을 때도 운항정지 처분은 없었다.

에어프랑스와 미국 콜건항공도 2009년 각각 228명과 50명이 숨진 추락사고를 냈지만 운항정지 처분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호주의 저비용항공사인 타이거항공이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40일간 전 노선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필리핀 제스트항공(현 에어아시아제스트)은 심각한 안전규정 위반으로 지난해 4일간 비행기를 1대도 띄우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미국, 아시아, 유럽, 호주 등지에서도 인명사고를 내거나 안전시스템이 문제 있는 항공사는 노선정지보다 엄중한 전체 운항정지 처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996년 미국 밸류제트가 110명이 사망한 추락사고로 전체 운항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 실례다.

스페인 에어마드리드는 2006년 정비 문제와 관련한 잦은 지연·결항으로 전체 운항을 정지당했다가 안전 문제를 개선하지 못해 운항을 재개하지 못하고 도산하기도 했다.

중국 허난(河南)항공은 2010년 착륙 중 활주로 이탈 사고(44명 사망)로 전체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5개월 뒤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 운항을 재개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괌 추락사고(1997년), 상하이 화물기 추락사고(1994년)를 비롯해 김포공항 활주로 이탈사고(1998년), 포항공항 활주로 이탈사고(1999년) 등 잇따르는 사고로 노선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항공 사고나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으로 승객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점에는 항공사와 정부의 이견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4개 항공사가 운항하는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85%에 이르는 만큼 좌석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승객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도 "이용자 불편을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징금을 부과하면 최대 50%를 가중하더라도 22억5천만원에 불과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과징금 상향의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국토부는 항공법 시행령을 개정해 29일부터 정비 미이행 시 과징금을 1천만원에서 60배인 6억원으로 올리는 등 항공사고와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올릴 계획이다.

한도는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의 경우도 과징금 부과 기준은 15억원이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사고 시 과징금 액수가 54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권용복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앞으로 과징금이 대폭 올라가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면서 앞으로는 운항정지 위주의 행정처분을 고수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 과징금이 현재도 열차, 버스 등에 비해 많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 일각에서는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도 충분치 않고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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