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방과 긴장 높아지자 금 사 모았다

3분기 세계매입량의 59%…루블화 방어 등 '경제전쟁' 대비 가능성도


러시아가 최근 서방과 긴장이 높아지면서 금을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세계금위원회(WGC) 집계 결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3분기에 금 55톤을 사들였다.

러시아는 이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금을 많이 사들인 국가이다. 3분기 세계 전체 금 매입량의 59%를 차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3분기에 사들인 금은 모두 93톤이다.

러시아의 금 매입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또 세계 각국 중앙은행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앞다퉈 금을 사들였다.

금 매수 열기는 국제정치학적 긴장과 함께 미국 달러 대신 외환 보유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금위원회는 분석했다.

그래도 러시아의 금 사모으기는 유별났다.

러시아는 최근 10년 사이 금을 꾸준히 사들여 금 보유량을 3배가량 늘렸다. 현재 러시아 금 보유량은 약 1천150톤에 이른다.

중국을 추월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위 금 보유국이 됐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금값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금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이는 러시아 경제 회복 탄력성 확보를 위한 조치일뿐 아니라 서방 국가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적대 의식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런 막대한 금 보유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할 막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와 석유 가격 하락 탓에 러시아 경제가 침체하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금위원회 시장정보분석 부문장 알리스테어 휴이트도 러시아가 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크림반도 합병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국제정치학적 위협이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편, 국제 금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이 금 매입에 시들해지면서 3분기 국제 금 거래량은 929톤으로 작년보다 2% 감소했다.

국제 금 시세는 1월 이후 7%가량 떨어져 온스당 1천160 달러에 머물고 있다.

지난 3분기 러시아 다음으로 금을 많이 사모은 국가는 소련에서 떨어져나와 러시아와 가까운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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