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찾아 예멘 밀입국 사우디女 결혼 성공


부모가 반대하는 연인을 찾아 예멘에 밀입국한 사우디아라비아 20대 여성이 천신만고 끝에 강제송환 위기를 넘기고 결혼에 성공했다.

13일(현지시간) 걸프뉴스 등 복수의 중동지역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 후다 알지란(22)은 1년여 전 사우디 지잔시에서 휴대전화를 팔던 예멘 남성 아라파트 라드판을 만났다.

알지란은 그와 사랑에 빠졌지만 라드판이 예멘으로 돌아간데다 그의 부모는 사우디의 관습에 따라 사촌오빠와의 결혼을 강요했다.

'강제 결혼'을 피해 알지란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국경을 몰래 넘다가 예멘 국경수비대에 체포, 재판에 넘겨졌다.

연인 라드판 역시 밀입국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사우디 정부는 알지란을 귀국시키려고 변호사를 선임, 귀국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예멘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알지란을 사우디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11월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알자지라 방송도 당시 '예멘 로미오와 함께 있으려고 싸우는 사우디 줄리엣'이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보도했다.

다른 나라였다면 정치적 목적이 아닌 사랑을 찾아 밀입국한 것이 단순한 일일 수 있지만 이슬람권에선 부모가 정해준 상대와 결혼하지 않는 여성은 종종 폭행이나 '명예살인'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매체는 라드판이 알지란을 약취 유인했다는 알지란 아버지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남녀간 애정 관계가 여성인권뿐 아니라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던 셈이다.

예멘 법원은 이들 연인에게 무죄 판결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해달라는 알지란의 호소에 감동한 예멘 북부의 한 부족이 이들에게 거처와 생활비를 마련해준 덕에 이달 7일 결혼할 수 있었다.

예멘 인권부 관계자는 "알지란은 다시 사우디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행복하다고 했다"며 "자신의 이름도 후다에서 '승리'를 뜻하는 인테사르로 고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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