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현장 "제자야 파이팅" 기 불어넣는 선생님


서울 서초고 앞에서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제자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기를 불어넣는 선생님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선생님은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오전 7시부터 입실 마감 시간이 될 때까지 교문 앞을 지키며 직접 제자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선생님이 제자의 이름을 부르면 함께 나온 후배들은 "파이팅"을 외쳐 응원에 힘을 보탰다.

정신없이 교문으로 들어서던 수험생들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미소를 보였다.

= 이화외고? 이화여고?…"헷갈려요" …이화외고 앞에서는 학교 이름 한 글자가 헷갈려 뒤늦게 다른 학교로 황급히 이동하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화여고를 이화외고로 착각한 것.

모두 시험장으로 개방된 두 학교는 수험생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정문 입구부터 양 학교 건물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세워뒀지만, 긴장한 탓인지 일부 학생은 엉뚱한 고사장을 찾는 실수를 했다.

입실 마감 시간 직후인 오전 8시 15분께 이화외고 건물 3층까지 올라갔다가 시험장을 착각한 사실을 알고 나왔다는 수험생 2명은 정문으로 뛰어와 학교 경비원에게 "아저씨, 여기 이화여고가 어디에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경비원이 손으로 이화여고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자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 '자신만만' 삼수생의 여유 …삼성고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 가운데서는 유독 여유가 넘치는 표정의 한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삼수생이라고 밝힌 이모(20)씨는 "세 번째 수능이라 많이 떨리지는 않는다. 이 학교에서 전에 시험 본 적도 있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부는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많이 했죠, 세 번짼데"라고 자신 있게 답한 이씨는 여유롭게 시험장 안으로 들어섰다.

반수생인 자녀를 시험장 안에 들여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시험을 다시 보고 싶다는 아이의 뜻을 따랐다"며 "입학이 1년쯤 늦어지면 뭐 어떤가. 백세시댄데"라고 웃어 보였다.

= "발이 안 떨어져요"…애틋한 '모정' …서초고 앞은 입실 마감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자녀를 들여보낸 학부모 40여명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떨지 말고 침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삼삼오오 모여 수능 난이도를 점쳤다.

교문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던 한 학부모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있다가 교회에 가서 기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복고 교문 앞을 지키던 또 다른 학부모는 "1시간 정도는 더 여기에 서서 기도할 생각"이라며 "그다음에는 성당에서 다른 고3 수험생 엄마들과 함께 기도하려 한다"고 전했다.

= "1등급 받으세요" 한우 옷 입고 홍보 열전 …각 시험장 앞에서는 수험생 응원을 겸한 업체들의 이색 홍보전도 펼쳐졌다.

경복고 앞에서는 한 아르바이트 정보 업체 직원들이 나와 학생들에게 플라스틱 물병을 나눠줬다.

물병에는 '수고했水(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긴장한 수험생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줬다.

이화외고 앞에서는 학생들의 고득점을 응원하는 뜻에서 한우 의상을 입은 채 '1등급'이라고 적힌 팻말을 건 한 입시업체 직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병상투혼' 나선 수험생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우모(18)군은 건국대병원 VIP 병동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다.

우군은 지난 10일 호흡곤란을 호소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폐 기능 이상으로 갈비뼈 사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우군이 아직 회복 중이지만 응시를 포기하지 않고 가슴에 호흡안정 장치를 단 채 시험을 치른다"며 "감독관과 경찰관이 입회하는 조건으로 VIP병동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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