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수 역국군, 현지인 통역 수백 명 '토사구팽' 논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는 영국군이 탈레반 테러 위협에 놓인 현지인 통역요원 수백 명의 망명 요청을 외면해 토사구팽 논란에 휘말렸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더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철군으로 현지인 통역들이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영국 망명이 허용된 사례는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로 아프간 철군을 앞둔 영국군은 이 기간 현지인 통역 200명 이상으로부터 망명 신청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휴대전화 번호와 출·퇴근로를 바꾸라는 조언을 받은 게 전부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프간 통역요원들은 서방 군대에 협력한 전력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숨어지내고 있으며, 지난달 영국군의 헬만드주 기지 철수 이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신문은 2006년 이후 탈레반 보복으로 사망한 아프간 통역요원이 최소 4명이며 집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춰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까지 헬만드주 기지에서 3년간 근무했던 한 통역요원은 "탈레반의 보복이 두려워 가족과 떨어져 아프간 북부 쿠나르주의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해) 버림받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탈레반이 자신의 신원을 알고 뒤쫓고 있어서 가족에게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헬만드주 기지에서 근무했던 이 남성의 사촌도 "2011년 탈레반에게 붙잡혀 고초를 겪어야 했다"며 "우리가 도왔던 것처럼 이제는 영국군이 우리를 보호할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국방부는 애초 아프간 통역요원의 이주를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가 당사자와 인권단체들이 반발하자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이주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하지만 심사를 통과한 이주 대상자는 31명에 머물렀다.

영국 국방부는 이후 아프간 통역요원에 대한 2차 지원심사를 시행해 위험도에 따라 7명은 거주지 변경을 지원하고, 1명에 대해서만 영국 이주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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