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막아달라" 헨리 8세 왕후 편지 경매에 등장


영국 왕 헨리 8세의 부인 '아라곤의 캐서린'이 14세기에 작성한 친필 서한이 다음 주 파리에서 경매된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캐서린 왕비의 서한은 남편인 헨리 8세가 정부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과의 혼인을 무효화하려고 하자 당시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이를 막아줄 것을 탄원하는 내용입니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작성된 왕비의 서한은 '1529년 10월 3일 캐서린'으로 서명이 돼 있으며 수신인은 친척이었던 프란시스코 데 퀴뇨네스 추기경이었습니다.

스페인을 공동통치한 아라곤 왕 페르난도 1세와 키스티야 여왕 이사벨라 1세 사이에서 태어난 캐서린은 헨리 8세가 거느렸던 부인 6명 가운데 첫 부인이자 정실이었지만 아들을 낳지 못해 버림을 받은 뒤 불운한 말년을 보냈습니다.

당시 교황은 영국의 울시 추기경에게 편지를 보내 캐서린이 혼인 무효를 받아들일 것을 설득하도록 했지만 그녀는 딸인 메리 공주의 장래를 걱정해 거절했습니다.

헨리 8세는 끝내 이혼을 관철했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자 오랜 대립 끝에 성공회를 설립하고 스스로 수장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캐서린의 편지는 프랑스의 드 플레르 가문이 지난 1820년부터 5세대에 걸쳐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유명 여성들의 친필 서한들 가운데 하나로, 그 가치는 우리 돈으로 약 5천만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드 플레르 가문은 이번 경매에 천5백 점의 서한을 무더기로 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는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여성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와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 프랑스 마지막 국왕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프랑스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 등의 서한도 포함돼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 브리지트 바르도, 미국 여배우 캐서린 헵번, 모나코의 그레이스 왕비 등 후세의 유명 여성들이 남긴 서한들도 이번 경매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