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고3 수험생들의 수능 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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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시험(13일)을 닷새 가량 앞둔 지난 주말 32명에 달하는 울릉도 고3 수험생들이 육지로 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목적지는 경북 포항에 있는 한 해병부대의 숙소.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에 여장을 푼 학생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책을 집어들고 막바지 시험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수능 시험날까지 이곳에 머문 뒤 시험 다음날 배편으로 다시 울릉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1주일 가량 육지에 머무는 데 드는 비용은 경북교육청이 전액 부담합니다.

울릉도 수험생들이 이렇듯 포항 육지를 찾아 대학시험을 치른 것은 80년대 초 학력고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섬에 사는 고3 수험생 숫자가 적다보니 가장 가까운 포항에 나와 시험을 쳐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88년 입시부터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대입 수능이 도입되면서 1994년 입시부터 다시 포항 육지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섬에 사는 수험생들이 육지에 가서 시험을 보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시험 당일까지 봐야 하는 교과서와 문제집만 수 십 권에다 갈아입을 옷가지 등 거의 이사가는 수준으로 짐을 싸야 합니다.

육지에 머무는 비용마저 학부모가 스스로 부담해야 했습니다.

경북교육청이 이 부담을 대신 져 준 건 지난 2010년 입시 때부터입니다.

그 당시 '전국 모든 시·군 지역이 자체적으로 수능시험장을 마련하라'는 교육부 지침이 내려왔지만 울릉도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문제지가 보관된 경북지역 8개 본부에서 시험 당일 아침에 문제지를 배부해야 하는데 본부 중 하나인 포항에서 시험날 아침에 울릉도 고사장에 시험지를 배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울릉도 수험생들은 포항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고, 그 대신 경북교육청이 육지 체재비를 모두 부담키로 했습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울릉도 수험생들은 시험을 앞둔 마지막 며칠을 육지에 나와야 해 컨디션 조절이 원활하지 않는 등 어려움이 많다"면서 "학생들이 집이나 학교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게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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