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발간 5년…"역사 바로잡는 계기"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 인사 4천300여명을 총망라한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지 이번 달로 5년을 맞았다.

친일인명사전은 우리 사회에 숙제로 남아 있던 친일 청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련 문제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교과서'가 됐다.

12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1월 2천부 초판으로 세상에 나온 사전은 3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지금까지 4쇄 7천부를 찍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지난달 기준 6천855부가 판매됐고, 지역별로는 서울(2천606부·38%) 경기(1천624부·23.7%) 등 수도권에서 구입이 두드러졌다.

사전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2012년에는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에 애플리케이션(앱) 버전 '스마트 친일인명사전'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앱은 지금까지 1만1천495건의 다운로드 판매를 기록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내외에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사전 보급 운동을 벌인 덕"이라면서도 "아직 공공도서관 비치율이 15%에 불과해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은 발간 이후 친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향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실제로 국가보훈처는 2011년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잘 알려진 장지연 선생 등 사전에 수록된 19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이 중 장지연·김홍량·김우현 선생 등 7명의 후손은 보훈처장을 상대로 서훈 취소 결정 취소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충북 음성군의 이무영 기념사업은 '친일 농민문학가'라는 지적이 제기돼 결국 2011년 지원 중단이 결정됐고, 작년 9월에는 작곡가 홍난파를 기리는 '난파음악상' 수상자가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사전의 출간 이후 유명 인사나 그 선조가 과거 친일 행적을 보였는지가 주요한 사회적 평가 기준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40년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고 2년 뒤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으로 편입, 1944년 일본군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는 이유로 사전에 수록돼 발간 당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지만씨는 당시 법원에 게재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민족문제연구소는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 혈서로 지원했다는 1939년도 신문 기사를 공개해 맞섰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광복 후에도 우리가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친일인명사전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친일인명사전 개정증보판을 비롯해 조선총독부기구사전, 재일조선인단체사전, 열전친일파 등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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