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일파 미국 교수 `한반도 유사시 일본 개입' 주장 논란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을 출동시키려면 일본 정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미국 학자가 공개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소재한 미국 아·태안보연구센터의 제프리 호넝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참의원에서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에서 미국 해병대가 출동하려면 일본 정부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법적으로 정확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 측 우익인사들이 주일미군 한반도 출동시 일본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미국 학자가 공개로 이 같은 주장을 편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우리의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호넝 교수는 미·일 안보조약 4조에 '미군이 일본내 시설과 영역의 이용은 일본 정부와 사전에 협의할 문제'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이는 유엔이 정한 일본 내의 7개 기지에도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호넝 교수는 "다시 말해 일본 밖에서 이뤄지는 (주일미군의) 모든 경우의 전투작전에 대해 일본 정부와 사전 협의해야 하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는 아베 집권 이전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집단자위권 추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1969년 방미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한국에 대한 무장공격이 일본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국과 일본의) 사전 협의가 전향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을 거론했습니다.

이에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주일미군 기지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미국 정부도 한반도 유사시 사전협의 없이 주일미군을 출동할 수 있다는 데는 분명히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호넝 교수는 한·일간의 안보협력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일본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자신의 안보를 지속적으로 한반도와 연계하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과 공유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산정책연구소의 올해 여론조사에서 한국민의 66.8%가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국 내에서)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대신 초점의 대부분을 일본의 잠재적 위협, 과거사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에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담론은 식상하며 일본은 한국의 위협이 아니고 그 반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만 일본에 대해서도 한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과거의 사과를 재검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고 북·일 대화와 관련해 한국 측에도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 지일파의 한 명으로 알려진 호넝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이 워싱턴의 주류적 견해는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입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 내에서 과거사 문제의 본질보다는 안보협력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문제라는 식의 '양비론'이 대두되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일문제 관련 비공개 세미나에서는 한·일간 안보협력이 진전되지 않고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는 데에는 일본보다 한국에 더 책임이 있다는 논조의 발언들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미국 내 대일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일본의 책임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일본과 한국 모두 잘못됐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미국 조야를 상대로 다양한 레벨의 외교적 대응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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