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종철(54)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인천경제청이 주도한 사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의 칼끝이 인천경제청과 사업 시행사 간 '검은 연결고리'를 향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공직사회와 지역 건설업계에 미칠 여파의 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인천지검 특수부(정순신 부장검사)는 지난해 사업추진이 무산된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 개발과 관련, 이 청장이 사업시행 예정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30일 청장 집무실 등 4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청장은 에잇시티의 사업시행 예정업체로부터 고급 양복 등 2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에는 송도 재미동포타운 사업의 전 시행사도 압수수색했다.
인천 지역 일부 종합건설업체들이 재미동포타운 조성 사업 공사를 하도급받는 대가로 전 사업 시행사 코암인터내셔널 측에 수억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에잇시티 개발이나 재미동포 조성 사업은 그동안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각종 잡음이 불거졌고 지역 사회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검찰은 현재 재미동포타운 사업과 이 청장 등 인천경제청 공무원들 간 '연관성 찾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제보자 측이 제공한 자료와 압수물 등을 분석하며 코암인터내셔널 측이 받은 공사 수주 대가성 금품이 인천경제청에 건네졌는지를 파악 중이다.
재미동포타운 외 인천경제청 주도의 다른 사업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과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인천경제청과 사업 시행사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내지 못하면 이번 수사는 이 청장의 개인비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 코암인터내셔널과 인천지역 건설업계와의 '검은 거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시행사만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등 꼬리만 자르고 수사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1일 "의혹이 있으면 살펴보는 게 당연하다"며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관장급 피의자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지 않는 관례상 압수물 분석과 계좌 추적을 모두 끝내고 혐의가 구체화하면 이 청장을 소환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